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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하다는 단어는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칭찬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픽사는 무난하다는 단어가 썩 어울리지 않는 제작사다. 하지만 <버즈 라이트이어>를 보면 그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버즈 라이트이어가 겪는 일련의 모험은 꽤나 흥미롭다. 화면의 화려함은 SF영화가 응당 보여줘야 할 수준을 충분히 보여준다. 디즈니 영화라면 있어야 할 따뜻한 메시지도 빠지지 않고 녹아있다. 무엇보다 로봇 고양이 삭스의 활약은 대단하다. 삭스는 거의 무조건 완구로 출시될 것 같은데 나도 꼭 한 마리 가지고 싶다. 이 고양이가 영화의 특이점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결국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삭스가 전부인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우리가 내년에 나올 아이폰을 기다리는데 올해 출시된 아이폰과 동일한 스펙으로 출시가 확정되었다고 해보자. 온갖 포탈 뉴스와 유튜버와 블로거들은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고 난리가 날 거다. 그 아이폰이 훌륭하지 않은 핸드폰이라서? 아니면 그 스펙이 말도 안 되게 뒤떨어진 스펙이라서? 아마 둘 다 아닐 거다. 당연히 고객들은 이전보다 더 나은 제품을 원한다. 더 발전한 것, 더 번뜩이는 것을 원한다. 관객도 마찬가지다. 픽사가 만들어온 영화들은 번뜩이고 새로웠다. 관객들은 픽사의 무난함에서 훌륭함을 찾았던 적이 없다.
나는 <버즈 라이트이어>가 볼 가치가 없는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훌륭할 정도로 무난하다. 그래서 실망이다. 새롭고 번뜩임이 없다는 것만으로 실망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냐고? 아쉽게도 <버즈 라이트이어>는 완벽함과도 거리가 있다. 초반을 넘어서면 서사에는 빠르게 구멍이 생기고 심지어 픽사답지 않게 등장인물들조차 충분히 빌드업 되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완벽함에 이르지도, 새롭지도 못한 수준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