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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un 15. 2022

버즈 라이트이어, 무난하게 훌륭하기

fresh review

무난하다는 단어는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칭찬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픽사는 무난하다는 단어가 썩 어울리지 않는 제작사다. 하지만 <버즈 라이트이어>를 보면 그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버즈 라이트이어가 겪는 일련의 모험은 꽤나 흥미롭다. 화면의 화려함은 SF영화가 응당 보여줘야 할 수준을 충분히 보여준다. 디즈니 영화라면 있어야 할 따뜻한 메시지도 빠지지 않고 녹아있다. 무엇보다 로봇 고양이 삭스의 활약은 대단하다. 삭스는 거의 무조건 완구로 출시될 것 같은데 나도 꼭 한 마리 가지고 싶다. 이 고양이가 영화의 특이점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결국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삭스가 전부인 것 같으니 말이다.

고양이는 항상 최고지


그러니까 이런 거다. 우리가 내년에 나올 아이폰을 기다리는데 올해 출시된 아이폰과 동일한 스펙으로 출시가 확정되었다고 해보자. 온갖 포탈 뉴스와 유튜버와 블로거들은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고 난리가 날 거다. 그 아이폰이 훌륭하지 않은 핸드폰이라서? 아니면 그 스펙이 말도 안 되게 뒤떨어진 스펙이라서? 아마 둘 다 아닐 거다. 당연히 고객들은 이전보다 더 나은 제품을 원한다. 더 발전한 것, 더 번뜩이는 것을 원한다. 관객도 마찬가지다. 픽사가 만들어온 영화들은 번뜩이고 새로웠다. 관객들은 픽사의 무난함에서 훌륭함을 찾았던 적이 없다.

무난함


나는 <버즈 라이트이어>가 볼 가치가 없는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훌륭할 정도로 무난하다. 그래서 실망이다. 새롭고 번뜩임이 없다는 것만으로 실망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냐고? 아쉽게도 <버즈 라이트이어>는 완벽함과도 거리가 있다. 초반을 넘어서면 서사에는 빠르게 구멍이 생기고 심지어 픽사답지 않게 등장인물들조차 충분히 빌드업 되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완벽함에 이르지도, 새롭지도 못한 수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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