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은구름 Jul 25. 2024

데드풀과 울버린, 변죽으로 만든 오케스트라

fresh review

어떤 것이 중심부로 가지 못하고 주변부만 맴도는 경우 '변죽만 울린다'라는 말을 쓴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의 변죽으로 만든 오케스트라를 보는 기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을 구하지 못한다. 아니, 처음부터 구할 마음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이 영화는 철저히 마블의 중심 이야기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실컷 함으로써 시궁창으로 빠지고 있는 마블과 거리를 두는 영화에 가깝다. 화려한 카메오와 피 튀기는 액션신은 관객들이 원하는 걸 채워준다. 데드풀의 입담에서 나오는 재미는 1, 2편에 비하면 많이 깎여 나갔지만 이제 이 시리즈가 '디즈니'산하에 놓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여전히 본연의 임무를 다 해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덕분에 크게 터지는 웃음은 줄었지만 여전히 웃기다는 것도 사실이다. 과정이 대단히 멋지진 않지만 만들어낸 결과물로서의 메시지가 나름 히어로 영화의 본질을 담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긍정적


다만 이 영화를 한 편의 영화로써 높게 평가하기는 힘들다. 첫 번째로 너무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이 문제다. 나는 오리지널 엑스맨 시리즈부터 드라마 <로키>, 영화 <로건>을 다 봤음에도 <데드풀과 울버린>을 100% 이해하기 버거웠다. 그런데 이 중 한 편이라도 보지 않는다면 <데프풀과 울버린>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는 점은 크나큰 허들이다. 서사에 앞뒤도 양옆도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 자체가 외전 격 성격이 너무 강한 점은 차치하더라도 흘러가는 이야기엔 알맹이가 없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저 눈요깃거리로 소모된다는 느낌은 지우기 어렵다.

부정적


결론적으로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 프랜차이즈로 복귀한 데드풀이 변죽으로 만든 오케스트라를 보는 느낌이다. 마블의 오염된 중심부는 건드리지 않고 과거의 영광과 주변부의 이야기를 코미디와 액션으로 버무렸달까? 한 입 베어 물기엔 단짠단짠한 매력이 있지만 두 번 베어 물만 한 영화인지는 잘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