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h review
야구 경기에서 안타를 많이 친 팀은 분명히 이길 확률이 올라간다. 하지만 야구라는 스포츠가 안타만 쳐서 이길 수 있는 스포츠는 아니다. 수비도 잘해야 하고 가끔은 홈런도 나와줘야 한다.
포스터부터 어떤 방식으로 관객을 웃길지 예고하는 듯한 <파일럿>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행보를 보인다. 주제가 뻔하더라도 관객을 웃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 법. <파일럿>은 그것을 증명하듯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안타라고 할 수 있는 웃음들을 계속해서 터뜨린다. 예상되지만 그래서 오히려 편하게 웃긴 부분, 오글거리지만 배우들이 밀어붙이듯 웃겨버리는 부분 등 방법이 어찌 되었든 영화가 만들어내는 웃음이 유효타라는 점은 확실하다. 더불어 애매하게 신파를 자극하거나 중심 주제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담백하게 결승선을 통과하는 서사도 긍정적이었다.
웃음 포인트가 개인마다 다를 순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파일럿>은 큰 한방이 없는 코미디였다. 잔잔하게 킥킥거리는 웃음은 이어졌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진짜 크게 웃어본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안타는 많은데 홈런은 없는 기분이랄까? 서사의 직진성이 높은 편이라 흡인력은 좋지만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점도 아쉽다. 공격력은 나쁘지 않지만 수비력이 딸리는 기분. 시대를 반영한 몇몇 연출은 신선했지만 그런 장면들 외에는 연출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기억에 남는 포인트나 새로움이 없다는 점도 <파일럿>을 무난하게 깎아내는 요소다.
결론적으로 <파일럿>은 웃음 취향이 맞는 관객이라면 그럭저럭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무난한 코미디다. 딱히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선을 넘지 않고 관객이 기대하는 것들은 적당히 만족시킨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언젠가 이 영화를 다시 찾아볼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