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h review
어떤 상태를 유지만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 진일보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최소한 퇴보는 하지 말아야 할 텐데 <리볼버>는 많은 부분에서 끝끝내 충무로를 퇴보시킨다.
전도연이 지금까지 쌓아온 업적과 보여준 클래스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훌륭하다. 하지만 그런 전도연의 연륜마저도 <리볼버>에서는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나마 임지연의 호들갑이 가끔 웃음을 일으킬 뿐 다른 배우들은 한 명 몫을 겨우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배우들을 탓하기엔 <리볼버>가 차려놓은 것이 너무 없었다. 아니 없었다는 건 오히려 칭찬에 가깝다. 영화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납득할 수 없는 선택을 연발하며 상을 뒤엎는다.
첫 번째로 서사의 빌드업이 엉망진창이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인물은 쏟아지는데 배경 설명은 태부족이고 인물 간의 연결점도 흐리다. 무게는 또 왜 이렇게 잡는지 무게를 잡다가 잡다가 그만 영화관이 무너져 내릴 지경이다. 그렇다고 잔뜩 쌓아 올린 무게감이 이렇다 할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두 번째로는 대사와 연출이 듣고 보기 힘든 수준이다. 화면전환에 설득력도 없고 신선함도 없고 노련함도 없다. 대사는 한마디 한마디 그 대사를 뱉어야 하는 배우들이 안타까울 정도로 씹는 맛이 없고 영화를 보는 내내 냉동실에서 방금 전에 꺼낸 가래떡을 망치로 부숴서 씹는 기분이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지만 도대체 이 이야기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메시지도 없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결론적으로 <리볼버>가 끝났을 때 남는 것은 티켓을 구매한 과거의 나에 대한 원망뿐이다. 영화에는 취향이라는 것이 있기에 만드는 사람의 취향도, 관람하는 사람의 취향도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리볼버>가 보여준 영화적 완성도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문제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