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h review
이미 전작이 별로였지만 속편이 혹시나 조금 나아질까 하는 마음에 영화를 볼 때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개선은 없었고 오히려 더 나빠졌다. 이쯤 되면 이런 영화를 계속 돈 주고 보는 내가 가장 잘못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이 영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눈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이어서 결국 눈이 감겨버리고 마는 액션에 있다. <베놈: 라스트 댄스>는 1,500억이라는 제작비를 도대체 어디에 가져다가 썼는지 특검이 필요한 수준의 처참한 액션을 보여준다. 베놈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이 살아나는 액션이 없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기본적인 액션 시퀀스 하나하나가 유치하고 재미도 없고 신선함도 없다. 1,500억을 5만 원짜리로 바꿔서 강남역 사거리에 뿌리는 영상을 108분 동안 촬영했다면 이 영화보다 훨씬 재미있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다음으로 엉망인 점은 제대로 된 액션이 나오기 전까지의 시간이 길뿐 아니라 말도 안 될 정도로 지루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대로 된 액션이 시작되어도 액션이 엉망이니 기다림의 보람도 없다. 그렇다고 그 긴 시간이 서사에 대단히 큰 영향을 주거나 꼭 봐야만 하는 내용인 것도 아니다. 한 줌의 CG 덩어리를 보기 위해 돈을 내고 이 길고 지난한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이건 오히려 돈을 받고 봐야 하는 게 아닐까?
결론적으로 <베놈: 라스트 댄스>는 이 작품이 시리즈의 마지막이어서 정말 다행인 영화다. 베놈 삼부작을 전부 영화관에서 관람한 나 자신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지금까지 힘들었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인사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