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판타지 영화들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제 역할을 해내야 한다.
모든 영화에서 미술팀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판타지 영화에 있어서 미술팀이 짊어지는 무게는 남다르다. 관객들이 전에는 보지 못했던 세계에 빠져들어서 이것이 가짜라는 것을 2시간 넘게 인지하지 못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키드의 미술팀은 양쪽 엄지를 치켜들어도 부족할 만큼 본인들의 역할을 넘치도록 멋지게 수행했다. 무려 2시간 40분의 러닝타임 동안 등장하는 수많은 배경과 소품, 의상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아름답고 적절하며 디테일이 넘실댄다.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이 너무 훌륭한 나머지 지나가는 화면을 잠시 멈추고 뜯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위키드의 미술팀은 단순히 아름답거나 멋진 것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정확히 영화가 필요로 하는 세계를 창조했다.
아리아나 그란데가 노래를 잘 하는 것은 알았지만 배역 소화력까지 이렇게 뛰어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위키드>의 두 주연, 아리아나 그란데와 신시아 에리보는 모두 놀라운 연기와 노래를 선보이며 높은 수준으로 배역을 소화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갈린다 역의 아리아나 그란데는 본인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압도하며 영화의 톤 앤 매너를 주무른다. 뮤지컬 영화에 있어 노래에 확실히 강점이 있는 두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점, 그리고 배역에 찰떡 꿀떡 무지개떡으로 맞아떨어지는 배우들을 데려왔다는 점에서 이미 <위키드>는 반 정도 먹고 들어간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제 좋은 배경과 좋은 배우가 있어도 엉망진창으로 연출하면 그건 좋은 영화로 완성될 수가 없다. 하지만 존 추 감독은 완벽하게 준비된 두 가지 요소에 이미 검증이 끝난 위키드 원작 뮤지컬의 아름다운 노래를 곁들여 훌륭한 연출을 선보인다. 뮤지컬 장면처럼 보여야 하는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들은 적당히 서로를 넘나들고 짧지 않은 영화임에도 긴장감이 크게 떨어지거나 게으르다고 느껴지는 장면이 없다. 화면전환은 과감하고 카메라 무빙은 적절하다. 대단히 신선하거나 전에 없던 연출은 아니지만 서사가 막힘없이 흐르고 배우들과 노래의 매력이 100% 살기에 부족함 없는 연출이다.
결과적으로 <위키드>는 관객들이 원작 소설과 뮤지컬을 보면서 상상했던 것들을 화면으로 만들어낸 영화다. 관객들의 기대를 채우기는커녕 원작에 먹칠을 하는 실사화 영화들 사이에서 <위키드>는 관객들이 원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채우고 더 나아가 한 편의 영화로서도 훌륭하게 피어났다. 파트1을 보고 파트2가 기다려지는 영화는 참으로 오랜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