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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차이가 10년만 나도 큰 터울이다. 그런데 이 형제들은 무려 24년 터울이니 늦둥이도 이런 늦둥이가 없다. 그런데 웬걸, 태어나 보니 형은 아카데미 시상식 5관왕에 빛나는 말 그대로 꽉 찬 육각형 영화 그 자체다.
그렇다면 동생이 살 길은 형과는 완전히 다른 길이어야 한다. 그리고 <글래디에이터2>는 작심한듯 한 우물만 판다. 영화는 시작부터 중반까지 액션의 향연이다. 특마히 초반 대규모 해상전투와 콜로세움에서의 액션신들은 리들리 스콧이 어떤 감독이었는지를 떠올리게 만들기 충분하다. 속도감과 현실감이 적절히 갖춰졌고 과하게 잔인하지도, 과하게 무난하지도 않게 장면들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등장하는 적이나 전투가 벌어지는 환경에서 전편과는 조금 다른, 그리고 조금 더 진보한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문제는 의지는 엿보이는 데 거기까지라는 점이다. 분명히 리들리 스콧의 인장이 찍혀있지만 <글래디에이터2>는 액션에 있어서조차 형을 뛰어넘지 못한다. 투박하지만 긴장감만은 매 순간 최고치였던 액션, 날뛰지 않아도 미친놈 같았던 호아킨 피닉스, 서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 관객들을 숨죽이게 했던 러셀 크로우는 물론이고 진짜 로마와 시민들을 만들어버린 듯한 미술팀의 작업과 완결성이 절대 열리지 않을 것 같은 장조림 뚜껑처럼 쫙 달라붙었던 서사까지 <글래디에이터>의 모든 것들이 동생을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는 느낌이다. <글래디에이터2> 배우들의 연기는 평범하고 액션은 옆으로 이동했을 뿐 위로 올라갔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서사는 이 영화가 <글래디에이터>의 속편이라는 정통성을 획득하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그다지 개연성 있게 느껴지지도, 그렇다고 시원하게 달리지도 못한다.
결론적으로 <글래디에이터2>는 육각형 영화였던 형에 비하면 일각형 영화에 머무는 범작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나마 뾰족하게 밀어 올린 액션마저 전편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영화관에서 편하게 관람할 만한 액션영화로서 모자란 수준은 아니지만 클래식 중 한 편으로 남은 전편에 비한다면 같은 족보에 끼워주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