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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돈이나 명예를 얻는 것도 좋다. 하지만 큰 자극은 자주 오지 않고 오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행복은 빈도라는 주장에 더 설득력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행복을 맛보려면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
지금 이 시점 가장 최근에 아카데미 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킬리언 머피의 연기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무섭도록 정적인 화면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심장을 펌핑질한다. 영화의 리듬감을 조정하는 방법은 다양한다. 이번의 경우에 그것이 조정되는 방식은 킬리언 머피 눈동자의 깊이 변화, 그리고 정적의 온도다. 그게 말이 되냐고 물어본다면 나부터도 말이 안 된다고 대답하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그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은 것은 수녀역의 에밀리 왓슨이지만 킬리언 머피라는 지반이 없었다면 이 영화의 등장인물 중 누구도 이야기 위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클레어 키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98분의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으로 많은 부분을 건드린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주어진 시간 안에 잘게 빻고 정제된 메시지를 던지기보단 석양 아래 펼쳐진 보리밭을 보여준다. 영화는 연출과 대사로 선과 악을 가르거나 감독의 의도를 강요하지 않는다. 영화를 볼 때는 순간순간의 장면에 집중하게 되고 영화가 끝나고 나면 비로소 눈으로 들어왔던 자극들이 부드럽지만 진득하게 생각을 파고든다. 누군가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연출 방식이나 서사의 전개, 결말이 지루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겐 꽤 신선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결론적으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사소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사소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다만 몇몇 장면은 왜 들어갔는지 충분히 납득되지 않았고 짧은 러닝타임 탓에 킬리언 머피가 연기한 빌 펄롱을 제외한 캐릭터들이 이야기의 주요 물줄기에 충분히 합류하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점은 다소 아쉽다. 그럼에도 분명히 이 영화는 좋은 영화고 영화관에서 감상할 가치가 있다. 제작자로 참여한 맷 데이먼은 인터뷰에서 "클레어 키건의 소설이 원작이고 킬리언 머피가 출연할 거라고 하면 좋은 영화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죠"라고 말했다. 나 또한 동의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