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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 2, 속편 시험 턱걸이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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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제작사 입장에서 <주토피아>처럼 잘 된 영화의 속편을 만드는 건 참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높이 올라간 영화일수록 그 높이에 다시 도달하는 일이 어렵기에 관객 입장에서는 기대감만 가지기도 어려운 일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주토피아 2>는 잘나도 너무 잘난 형의 어깨 언저리까지는 닿았다고 할 수 있다. 매력적인 세계관은 더 깊고 넓어졌고 재치 있고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장면 장면마다 끊임없이 튀어나와 눈을 즐겁게 한다. 전편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두 주연, 닉과 주디의 매력은 여전하고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들도 각자의 몫을 해낸다. 서사의 리듬감도 뛰어나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지루할 틈 없이 진도가 쭉쭉 치고 나간다. 전편이 차별과 편견에 대한 메시지를 내포했다면 이번 2편에서는 개인적인 관계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는데, 메시지의 전달 과정이 전편만큼 매끄럽진 않았지만 클라이막스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울림을 주는 데는 성공한다.

1.jpg 합격점


속편으로서 갖춰야 할 것들은 갖춘 반면 약점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 영화가 닉과 주디에서 초점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추가된 캐릭터들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분량은 분산되고 신규 등장인물들은 다소 밋밋한 캐릭터에 머문다. 빌런 역시 캐릭터 빌드업을 위한 절대 시간이 태부족하고 존재감이 흐려서 유의미한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서사가 흘러가는 텐션은 매우 높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개연성의 끄트머리를 간신히 붙잡고 있는 수준이라 몰입감도 아쉽다. 애당초 맥락을 설명하려는 의지조차 없어 보이는 걸 보면 못했다기 보다 안 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일 시간에 주토피아 세계관의 디테일을 더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신경 쓴 기분.

2.jpg 약점들


결론적으로 <주토피아 2>는 속편으로서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영화지만 넉넉하게 합격선을 넘었다기보다는 간신히 부정적인 수준은 면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만들어둔 세계관과 1편의 주연들이 너무나 매력적이었기에 그 부분을 극대화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지만 2편만 떼놓고 봤을 때 1편만큼 완성도 있는 영화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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