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h review
1년 만에 내가 진짜 좋아하는 맛집에 간다고 생각해보자.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입에 넣었는데 예전 맛이 아니다. 그러면 그 맛이 말도 안 되게 별로가 아니더라도 일단 기분이 나쁘다. 분명히 내가 아는 그 훌륭한 맛이 있는데 그 맛이 안 나다니. 그건 단순히 맛이 없는 것과는 다른 상실감을 준다.
거의 정확히 1년 전에 개봉했던 <위키드>는 놀라울 만큼 만족스러운 뮤지컬 영화였다. 노래, 연출, 배우, 미술팀의 작업까지 무엇 하나 놓칠 것이 없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영화. 그러니 <위키드: 포 굿>을 봤을 때 당황스러운 건 어쩌면 당연했다. 여전히 배우들의 연기는 준수하지만 서사의 흐름 안에서 캐릭터들의 감정선이 비트코인 가격처럼 오르내리고 정작 이 감정을 좀 더 끌어줘야 맞는 게 아닌가 싶을 때는 사이코패스마냥 아무렇지 않아지고 이 감정을 이렇게까지 끌고 가야 하나 싶은 장면은 2절에 3절까지 늘어진다. 원작이 있는 영화가 맞나, 아니 정말 훌륭한 1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이 되질 않는다.
그렇다고 노래나 연출이 커버를 쳐주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자기들 살기도 바쁘다고 해야 할까. 1편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기억에 남는 노래가 없고 클라이막스조차 밍밍해서 마지막까지 제발 괜찮은 시퀀스가 하나라도 있기를 바라는 마음조차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마지막으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연출이다. 음악과 서사는 2편이 1편에 비해 특출난 재료가 부족했을 거라고 스스로 합리화해봐도 1, 2편을 동시에 제작했는데 연출 수준까지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구구절절 말할 것도 없이 <위키드: 포 굿>의 연출은 지루하고 심지어 몇몇 장면은 저게 정말 최선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별로다.
결론적으로 <위키드: 포 굿>은 관객 전체를 대상으로 한 몰래카메라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1편에 비하면 모든 부분에서 아쉬운 작품이다. 식당으로 친다면 주방장 정도가 아니라 사장님이 바뀐 게 아니고서야 전편과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차라리 완벽한 1편에서 기억이 끊겼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