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주황 빛깔, 깊어진 겨울
지난 1월 14일,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간식으로 곶감을 구매했다. 좋아하는 영화인 <리틀 포레스트>에는 곶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겨울이 와야 정말로 맛있는 곶감을 먹을 수 있다.”
“곶감이 맛있어졌다는 건 겨울이 깊어졌다는 뜻이다.”
보통 감은 가을 대표 과일이다. 하지만 곶감은 반드시 겨울에 먹어야 하는 과일이다. 가을에 수확한 감은 새끼줄에 매달린 채 선선한 가을바람과 차디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표면이 굳어간다. 그렇게 가을과 겨울을 온몸으로 느끼는 감은 중간중간 사람이 손수 주물러줘야 하는데, 그래야 더 달고 쫀득한 곶감이 만들어진다.
계절과 사람의 손길 끝에 만들어지는 곶감. 그런 곶감이 만들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2,160시간, 그리고 더 맛있는 곶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사람의 손길은 96번.
2,160시간 속에서 96번의 손길을 받으며 만들어진 곶감 안에는 겨울이 깊어졌음을 알리는 계절의 인사와 함께 그 깊어진 겨울의 시간들을 돌이켜 보게 만드는 사색의 시간들이 담겨 있다. 맛있는 곶감이 내 손에 쥐어지기까지 그 긴 시간 동안, 그 겨울 동안 나는 어떤 시간을 보냈지.
그런 의미에서 곶감은 일몰과 닮아 있는 듯하다. 하루 끝에 찾아오는 일몰, 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든다. 일몰을 보며 오늘 하루를 돌이켜 본다.
‘오늘 하루는 어땠나. 오늘도 무탈했구나.
수고했다 오늘도! 그걸로 충분해.’
나의 수고를 알아주는 듯한 주황빛 하늘에 값을 매길 수 없지만, 감히 저 주황빛 하늘에 값을 매기고, 그것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아마 어마어마한 돈이 들겠지. 돈이라는 화폐로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귀중한 보석은 아마 저 빛일 것이다.
그 시간의 귀중함을 담은 영롱한 주황 빛깔은 곶감에도 담겨 있다. 오늘부로 곶감을 맛볼 땐 일몰을 떠올릴 것이고, 내가 지나온 겨울의 시간을 돌이켜 볼 것이다.
여기서 나는 글의 시작을 달리 쓰고자 한다.
지난 1월 14일, 나와 내 가족을 위해 깊어진 겨울을 선물했다. 조그만 주황빛 겨울을 손에 쥐고, 각자의 계절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선물. 은은하게 도는 단 맛처럼 지난 시간들을 달달하게 회상하고, 특유의 쫀득한 식감처럼 – 탁 치면 부서져 깨지는 건조한 시간들이 아닌 - 우리의 시간들을 더 촘촘하고 끈끈하게 엮고 묶어서 쫀득하게 만들자는 의도다.
이렇게 쓰고 나니 일몰을 닮은 곶감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같다.
곶감아 고맙다! 올겨울도 참 달고 맛나더라, 내년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