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cord of vanity
서른이 된 후 세상이 달라졌다.
돈보다는 꿈이 먼저라고 이야기하던 20대와는 다르다.
굳이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캥거루 자식처럼 언제고 부모님께 의지하며 함께할 수는 없을터.
혼자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부모님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차오름과 동시에,
부모님과 같이 나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이제는 부모님이 나에게 의지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이 느껴진다.
20대에 돈은 '단순한 수단'이었을 뿐이었다.
30대에 돈은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하루 삼시세끼를 위해, 친구들과의 맥주 한 잔을 위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때로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나이 서른, 아직 사회 초년생이다. 업무에 몰두하고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애쓰기에도 모자란 시간들이다. 야근을 해도 업무는 쌓여있고, 외국어와 같은 필수 능력들도 스킬업을 해야 하니 따로 개인 공부도 해야 한다. 거의 하루 12시간을 앉아만 있기 때문에 저녁시간에 잠깐이라도 짬 내서 운동하지 않으면 정말 몸이 고장 날것만 같다. 근데 이제 그 시간을 또 쪼개어 재테크 공부까지 해야 한다. 요즘 재테크 공부는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주식도 부동산도 이미 늦은 거 같지만, 얼른 따라잡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이 난다.
부모님 울타리 안에서 있을 땐, 삶의 무게가 얼마만큼 무거운지 예상하지 못했다. 대학생 때 회사 앞에서 담배 피고 있는 회사원들을 보며 왜 그렇게 한숨을 쉬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을까 했지만, 지금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론 동질감도 느낀다. 결혼하지 않은 나도 이런데, 저 아저씨는 얼마나 힘들까. 먼 미래처럼 느껴졌던 가장의 무게가, 삶의 무게가 이렇게 와 닿았던 적이 있었을까.
만약 서른 이전에 이런 현실을 미리 깨달았다면 어땠을까.
20대에 빨리 재테크를 시작해서 더 많은 돈을 모아놓았다면 지금은 행복했을까?
물론, 미리 공부해놓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되돌아보면 꿈만 꾸던 나의 20대가 20대 다웠다는 것에 만족한다. 문득 왜 이 순간 울컥하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오질 않을 20대에 이제는 안녕하라고 인사를 해야 할 것 같다. 단칼에 뒤돌아설 순 없겠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만 서른이 되는 해, 그 해 마지막 날 30대의 짐을 힘차게 짊어지고 뒤돌아 '안녕!'이라고 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