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통명通名 등록하기
일본에 와서 이름이 하나 더 생겼다.
일본에서의 주민 등록(주민표)을 위해 구청(区役所)에 갔더니 직원이 내게 물었다.
“통명(通名) 등록하시겠어요?”
통명이란 일본에서 외국인의 생활의 편의를 위해 본명과는 별도로 등록하여 사용할 수 있는 이름이다. 추가 등록하는 이름은 본명 외에 1개만 가능하고, 대부분 일본식 이름을 등록하게 된다. 이 통명 제도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외국인은 재일교포 한국인이라고 한다. (한국식 이름으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차별 방지 목적이 크다고...)
주민표에 통명을 등록하면 일본의 주민등록증이라 할 수 있는 마이넘버카드에 본명과 함께 통명이 기재되고 이를 은행이나 국민건강보험 등의 행정 업무에서 사용할 수 있다. 쓰든 안 쓰든 만들어 두자는 생각에 어떤 이름으로 통명을 등록할지 남편과 함께 생각했다.
일본에서는 결혼을 하면 부인이 남편 성을 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데릴사위로 처가에 들어가거나 하는 특수 경우에는 부인성을 따르기도 하고,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이름이 알려진 경우에는 기존 성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결혼 후 성을 바꾼다. 친하게 지내는 일본인 언니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며 ‘김’씨로 성을 바꾸기도 했다.
이러한 문화가 처음에는 다소 거부감이 들었다. 많은 문화권에서 사용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고, 나는 일본인이 아니기에 성을 바꿀 필요가 없음에도 한국인인 내게는 낯설었다.
남편에게 의견을 물었다.
아내가 성을 바꾸는 문화에서 살아온 남편은 성을 바꾸지 않는 한국의 문화가 어색하다 했다. 한가족인데 한 명(아내)만 성이 다르다는 것이 쓸쓸하다나? 일본에서는 한국과 다르게 성을 이름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이름 부분은 친한 경우가 아니면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사회생활에서는 성만 사용해서 부르고 불리곤 한다. 그만큼 성姓의 사용 빈도가 한국보다 잦아서 이름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남편은 말을 덧붙였다. 남편 성을 따르는 게 남녀차별 같다면 굳이 남편 성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다만 한가족이라는 의미에서 같은 성을 쓰면 좋을 것 같다고.
그래서 결국 나의 선택은...
기존 이름 성을 굳이 바꾸진 않는다.(그럴 필요도 없고 생각만으로도 번거롭다) 다만 통명 등록에 있어서는 남편 성을 따르고 이름은 내 본명 이름의 한자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일본에서는 편의에 따라, 합법적으로 두 가지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