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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Dec 19. 2021

엽기 의사의 황당한 치료법!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노랑잠수함의 흔들리는 북리뷰

엽기 의사의 황당한 치료법!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 노랑잠수함의 흔들리는 북리뷰


공중그네 (리커버 특별판)   

오쿠다 히데오 (지은이), 이영미 (옮긴이) 은행나무 2005-01-15 원제 : 空中ブランコ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이 책 공중그네는 꽤 유명한 책이다. 찾아보니 서평도 꽤 많고 베스트셀러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소설이다.     


 내가 이 책을 궁금해한 건 방송 때문이었다. TV 프로그램에서 정형돈 씨가 이 책을 읽고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정형돈 씨는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고 스스로 고백한 뒤 한동안 방송을 쉬었고 방송을 재개한 지금도 예전만큼은 얼굴을 볼 수 없다.

 그런 정형돈 씨가 이 책 공중그네를 읽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그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는 이 책이 궁금했다.     


 이 책은 모두 다섯 편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그 다섯 편의 이야기를 묶는 건 이라부라는 괴짜 정신과 의사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을 무서워하는 야쿠자, 매번 실패하는 공중그네 타는 서커스 단원, 대단한 권력을 가진 장인어른의 가발만 보면 벗겨버리고 싶어 참을 수 없는 의사 사위, 제구력을 잃어버린 야구 투사, 자신의 스토리에 자신감을 잃어버린 여류 작가까지 어쨌든 이라부라는 정신과 의사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다.


 퉁퉁하고 천진난만하며 때론 엽기적이기까지 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는 그 특유의 똘끼 넘치는 방법으로 환자들을 치료한다.   

  

 물론 이 소설의 이야기는 현실적이지 않다. 현실에서 이라부 같은 의사를 만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다. 그만큼 이라부라는 캐릭터는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그의 처방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이 책이 이토록 인기가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재미있어서다. 일단 재미있다. 낄낄대며 웃을 수 있고 황당하다고 코웃음 칠 수도 있으며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있어?라는 생각으로 실소를 할 수도 있다.


 이 다섯 편의 이야기는 어쩌면 너무 진지하고 머리 아프게 세상을 살지 말자는 작가의 의도적인 농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섯 명이 겪는 어려움은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강박증? 스트레스? 공포증?

 이런 증상은 크건 작건 누구나 조금은 겪게 마련인데 이 책은 그걸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어렸을 적에 무척 심각한 증상을 갖고 있었다.

 가끔 자다 말고 아주 심각하게 발작을 했는데, 세상이 무한하게 작아 보이거나 반대로 거대해 보이고 작은 전등 불빛마저 무서워서 덜덜 떨었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그 상황은 사실 발작의 끝이었다. 꽤 오랜 시간 소리를 지르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벌벌 떨다가 어머니께서 땀을 닦아 주고 토닥여주고 안아주면 차츰 나아지는데, 그렇게 나아진 뒤부터가 앞서 설명한 상황인 것이다.


 이게 얼마나 심각했냐면 어머니는 내가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해가 지고 나면 나를 혼내지 않으셨다. 어두워지면 달리기도 못하게 하셨다. 일단 해만 떨어지면 감정의 기복을 겪지 않을 수 있게 신경을 쓰셨다.

 이런 증상은 나이를 먹으면서 차츰 나아지다가 중학교 진학한 뒤로는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교회에 가다 말고 길거리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서 결국 길거리에 주저앉아 혼자 덜덜 떨었던 게 마지막이었다.

 그 뒤로는 아주 가끔 그것도 정말 약하게 증상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견딜만한 수준이었다.     


 70년대, 그 시절에는 정신과 상담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이었고 만일 그 당시 어머니께서 그런 날 병원에 보냈다면 아마도 장담컨대 지금과 같은 사회생활을 할 수는 없었을 거다.     


 난 그게 그냥 내가 겁쟁이 거나 마음이 약해서 그런 건가 하고 넘어갔다. 사실 그 시절에는 딱히 무언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몇 년 전, 여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말 놀랐다. 여동생이 말하길 그 당시의 내 증상이 바로 공황장애라는 것이다. 여동생은 방송 제작 관련 일을 하는데,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 중에 공황장애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단다. 그런데 그들을 볼 때마다 어릴 적 내 모습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때 많이 힘들었지?”한다.     


 이 책 공중그네를 읽으며 그 시절의 내가 생각났다.

 내 증상은 이 책의 다섯 이야기 중 어떤 이야기와 가장 닮았을까? 잘 모르겠다.

 이 책을 다 읽고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이라부라면 그때 나에게 어떤 처방을 내렸을까?”     

 아! 정형돈 씨가 왜 펑펑 울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울지 않았다.


https://youtu.be/JfXpfBnWN8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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