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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Sep 19. 2024

정경심 교수의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

노랑잠수함의 북리뷰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 - 깊은 절망과 더 높은 희망 

정경심 (지은이) 보리 2023-11-27

 정경심 교수의 신간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를 읽었다.


 이 책은 시집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표지의 띠지에도 설명된 것처럼 옥중에서 짤막하게 쓴 글들을 모은 것이다.


 작가는 원고를 다시 들여다 보고 수정할 수 없었다고 한다. 글을 볼 때마다 울음이 터져 나와서 어쩔 수 없이 그냥 그대로 출간했다고 한다.

 아마도 옥중에서 틈틈이 쓴 글을 모아서 갖고 나왔을 것이고, 그걸 출판사에서 정리해서 책으로 낸 모양이다.


 책 두께도 제법 두툼하다. 그래서 펼쳐 들기 전까지는 시집인지 몰랐다.


 사실 책이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내용이 뭔지 어떤 형식인지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구입했었다.


 어릴 적 월간지를 사면 별책부록이라는 게 있었다.

 이 책도 별책부록이 있다. 책 표지와 같은 그림이 한 장, 조금 다른 그림의 뒷면에 정경심 교수 친필이 인쇄된 종이가 넉 장, 모두 다섯 장의 그림엽서(?)가 함께 온다.


 이로써 조국교수 가족들이 출간한 책을 다 읽어본 셈이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넘는 책이 뭐냐고 묻는다면, 지금은 이 책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이다. 시라는 장르는 다른 분야에 비해 비교적 감성적이고 은유적인 글이다.

 그래서겠지만 작가가 겪은 아픔, 그로 인한 심경의 변화를 상상할 수 있다.

 이 가족들이 겪은 비극이 이대로 유야무야되고 말지, 언젠가 객관적으로 다시 판단 받을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다.


 내가 블로그에 조국의 “디케의 눈물”리뷰 포스팅을 올렸는데, 뜬금없이 댓글이 몇 개 달렸다. 지금 확인해보니 11개의 댓글이 달렸고, 죄다 전 정부와 관련된 인사들에 대한 조롱이다. 일부러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이 책 리뷰 역시 그런 일을 겪을지도 모르겠지만, 상관없다.

 이제는 부정적인 댓글에 그리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정도의 내성은 생긴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작가와 가족들에게 “잘 버티고 살아남아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https://youtu.be/A9VAXVo4ULs?si=TRuCbevbfRgCyhk0


20P

 하늘이 무너져내리고

 하늘이 무너져내리고

 발밑의 땅도 부서져 떨어지고

 얼마나 많이

 얼마나 깊이

 깨지고 터지며 떨어졌는지 알 수 없다

 아직 바닥이 어딘지 모르니까


22P

 그 가족

 ...

 뿌리 깊은 나무처럼

 아직도 버티는

 그 가족.


33P

 시작과 끝

 ...

 다 잃었다 해도 괜찮습니다

 세상에 무위로 끝나는 것은 없으니

 그냥 지켜보겠습니다

 이 길의 끝을


40P

 의지

 ...

 세월호 아이들 이태원 사람들

 그리고 수많은 행불자와 실종자들

 그러니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마음을 곧추세웁니다.


45P

 기쁨의 역치

 ...

 최악 속에서도 살아지게 마련이다.


72P

 시

 ...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있다는 뜻입니다.


109P

 천국

 ...

 이 작은 독방으로 축소된 나의 세상

 세상에, 이런 천국이 어디에 있을까.


157P

 ‘그냥’ 말고

 ...

 ‘그냥’ 말고 기꺼이 견딜 만합니다.


168P

 다리가 많은 벌레

 ...

 아, 다리가 많아 슬픈 벌레여

 벌레조차 이렇게 끈덕진데 나도 끈덕져야지.


204P

 어쩌겠나 맞는 수밖에

 ...

 꼼꼼하게도 비를 뿌리는 먹구름은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어쩌겠나 맞는 수밖에

 그까짓 거 비쯤이야.


217P

 땡큐, 끝까지 간다

 ...

 내 몸 하나만 가볍게 맨손으로

 앞만 보고 끝까지 간다

 그래 봤자 죽기밖에 더하겠나

 땡큐, 땡큐, 때땡큐

 끝까지 간다.


223P

 깨달음

 ...

 삶이 지속되는 한 그래도 인간만이 희망인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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