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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Oct 31. 2024

앙드레지드 "좁은문" 종교가 이렇게 위험해

노랑잠수함의 북리뷰

좁은 문 - 펭귄 클래식  | 펭귄클래식 5

앙드레 지드 (지은이) 이혜원 (옮긴이)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2008-08-01원제 : La porte etroite (1909년)

 이 책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어떨지 궁금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대체로 “종교적 금욕주의에 대한 비평”으로 요약된다.

 이런 평가에 나 역시 어느 정도 수긍한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은 1909년, 115년이라는 세월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지금과는 매우 달랐으리라 생각된다.


 현대사회는 어쩌면 종교의 소멸 직전이 아닐까 싶다.


 내가 한동안 기독교에 심취했던 중학교 시절, 1980년대 초반만 해도 과학, 기술의 수준이 지금과는 천지 차이다. 그때만 해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다수였고, 그 자리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게 신이라는 존재였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그렇지 못한 것들이 더 많겠지만, 예전보다 신이라는 존재가 설 자리가 많이 좁아진 건 분명하다.


 백 년 전에는 아마 신이 활약할 수 있는 자리가 엄청나게 넓었을 것이고,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신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을 지금으로써는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배경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 읽어야 감정이입이 가능할 것 같다.


 현대사회의 종교적 배경으로 이 책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여주인공 알리사의 고민과 선택 그리고 죽음까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이 책의 시작 페이지에 성경구절이 등장한다.

 누가복음 13장 24절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성경 신약에 “좁은 문”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구절이 두 군데 있다. (내가 찾지 못한 구절도 있겠지만, 좁은 문을 읽으며 알게 된 것이다.)


마태복음 7장 13~14절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누가복음 13:24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들어가기를 구하여도 못하는 자가 많으리라


 마태복음에서 말하는 좁은 문은 왜 좁은 문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설명하는 내용이다.


 누가복음에서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지 말하고 있다.


 책의 여 주인공인 알리사는 아마도 남녀간의 사랑을 넓은 문으로, 신을 향한 신앙심을 좁은 문으로 해석했던 것 같다. 사촌지간인 연하의 제롬과 사랑하는 사이이고 집안에서도 그들의 결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와중에 오로지 알리사만이 그 사랑을 신을 향한 신앙심과 대립한다고 고민한다.


 당장의 사랑, 현실에서의 행복보다 더 오래, 영원히 사랑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신을 향한 마음을 앞세워 현실에서의 결별을 내세에서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긴 것이다.


 제롬을 사랑하는 마음은 알리샤 만이 아니라 그녀의 여동생 쥘리에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동생의 마음을 알게 된 알리샤는 제롬과 여동생의 만남을 추진하지만 실패하고 쥘리에트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

 이후 제롬의 사랑을 무난하게 받아들이면 좋았겠지만 그녀는 직접적인 만남을 거부한다.

 제롬은 편지로, 가끔은 직접 만나서 그녀의 사랑을 확인하려 한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알리사는 사라진다. 그리고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소설가는 완벽하게 상상만으로 작품을 쓰지는 않는 모양이다.

 앞서 읽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했다. 자신의 짝사랑 경험, 주변에서 벌어진 몇몇 사건들을 엮어서 썼다고 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비극의 주인공인 알리사는 작가의 사촌누나 마를렌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고전으로 평가받는 좁은 문.

 이 책의 탄탄한 배경이자 이야기의 주제가 되는 종교적인 관점이 많이 다른 지금, 이 책에 대한 평가는 바뀔 수 있을까?


 내 생각은...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이 책이 고전으로 대접받을 만한가 아닌가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종교가 얼마나 해로운가를 설명하는 작품으로 말이다.


남녀 간의 사랑과 신에 대한 종교적 믿음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나? 내가 신이라면 자존심 상하고 짜증이 났을 것 같다.

https://youtu.be/3uRnV2rJm9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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