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 24년 10월 19일
관람장소 : 집_넷플릭스
"조선시대와 현재가 뭐가 다른지 헷갈리는 게 정상은 아닐 텐데 왜? 헷갈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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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이 사극을 찍으면 백전필승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이미 이전 작품들을 통해서 전형적인 도시남의 이미지인 강동원이 한복 도포자락이 잘 어울릴 줄은 어느 누가 상상을 했었을까 싶다. 전우치전에서의 불량하고 매사에 가벼워 보이지만 사람을 우선시하는 그의 연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도에서 남다른 한복 옷맵시를 뽐내더니 이번엔 노비가 되어 푸른 도포를 휘날리며 말을 타고 칼을 날리는 그의 모습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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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란은 넷플릭스 제작 오피셜이 떴을 때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일단 화려한 출연진과 스텝들만 보더라도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다. 일단 전, 란을 보고 난 뒤에 느낀 점은 조선시대 신분차별로 인한 인권유린의 가슴 아픈 역사를 마주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였다. 단순히 출신성분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재단하는 몇백 년 전의 역사가 현재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여러 사회뉴스를 보면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비슷한 건 나만의 과잉반응일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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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의 신분에서 졸지에 노비의 신분으로 전락한 몰락한 집안의 아들인 강동원(천영)과 노비로 팔려간 대감집의 아들 박정민(이 종려)의 브로맨스는 결말 부분에서의 안타까움을 배가 시키기 위한 큰 그림이었던가? 박찬욱감독이 참여한 각본작업은 극 중 나누었던 대사 중에 기억에 남는 "우리 아직 동무인 거야?"는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대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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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역에 우유부단하고 의심 많고 이기적인 모습을 연기한 차승원의 연기 또한 보면 볼수록 야무지게 밉상연기를 잘 소화했다. 노비와 임금은 대동하다는 대사를 얘기하면 곤룡포를 벗으려는 그의 모습에서 흡사 당시 선조의 모습에 빙의라도 한듯한 모습에서의 연기는 발군이었다. 또한 왜군에 쫓겨 나룻배에 타고난 뒤에 나루터를 없애고 근처 민간인들 또한 살육하라는 명을 내릴 때의 그 눈빛은 차승원이 아니면 누가 그 연기를 할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쳇말로 연기에 물이 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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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의병대장 김자령장군에 진선규의 절제된 양반의 모습뒤에 일반백성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그의 모습 또한 이질감 없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밖에 조연들의 연기 또한 하나하나 극과 어우러져 영화를 보는 시간 동안 매우 즐거웠다 하지만 각각의 살아있는 캐릭터들을 한데 모아서 어울리게 조합시키는 연출은 다소 버거워 보이는 모습을 보였는데 특히 연기 디렉팅면에서 아쉬웠다. 박정민이 맡은 이 종려가 천영에 대한 분노로 이성적이고 따뜻했던 캐릭터에서 비열한 인간으로 묘사되는 부분이 조금은 매끄럽지 않았다. 박정민도 감정이입에 애를 먹었지 않았을까 싶다. 어릴 적부터 같이 커 오며 동고동락했던 천영을 아무런 이성적 고민도 없이 한순간에 적대시하는 모습은 다소 아쉬웠다. 물론 내 가족이 그렇게 되었다면 앞뒤 안 가리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 대상이 다른 사람도 아닌 천영이기에 때문이다. 천영 또한 같이 커왔던 존재이며 그가 믿고 따르던 형제 같은 동무였던 점을 생각한다면 한순간에 돌변한 모습보다는 천영에 대한 오해를 좀 더 쌓아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보여줄 건 많고 러닝타임은 정해져 있기에 쉽지 않았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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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장면으로는 선조의 탈출을 위해 박정민(이 종려)이 나루터에서 일반백성을 칼로 베는 장면과 대비되는 강동원(천영)이 홀로 왜군에 맞서 칼로 왜군을 베는 모습의 대비는 다분히 의도적인 연출이 아닌가 싶다. 이 대비되는 장면을 통해서 같은 칼부림이라 해도 칼끝이 누구를 향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 크게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시원한 액션이지만 가슴 아픈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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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물은 흥미롭지만 기억하기 아픈 역사물은 보는 건 때론 고역일 때가 있다. 전, 란이 그런 영화가 아닌가 싶다. 비록 일본의 침략을 물리쳤다고 하지만 상처뿐인 영광이었던 임진왜란은 치욕적인 역사가 아닌가 싶다. 일본특사로 다녀온 유성룡의 말을 믿고 미리 대비를 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역사에 만약이란 건 없다. 지나간 역사는 돌이킬 수는 없지만 그 역사를 통해서 앞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교훈을 얻을 수는 있다.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한 이때 단순히 시간 때우는 영화가 아닌 한번 깊게 생각해 볼 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