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에서의 인생 후반 #6)
"1969년 MBC TV가 개국하면서 시작한 <웃으면 복이 와요>가 TV 코미디의 원조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중략) MBC가 1973년, 김경태 PD와 작가 김일태, 김종달, 이상민이 서영춘, 송해, 배일집, 배연정 등과 함께 라이벌 방송사인 TBC TV로 옮겨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는 작품보다 작품외적인 것으로 우리에게 깊이 새겨져 있다.
방송작가 중에 저토록 맑고 참된 사람이 있었다니,
내가 감히 장담하건대 두 번 다시 그런 인품을 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는 따뜻한 외모에 밝은 눈빛을 가지고 있다.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 일이라고는 없다."
"강 선생님이 문제의 쇼핑백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그 안의 물건을 꺼내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속엔 강 선생님의 두 종류의 극본집과 산문집이 각각 두 권씩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강 선생님은 그 저서들을 박 선생님에게는 물론이고 저에게도 주셨습니다. 책 한 권 내지 못하고 있는 저는 그저 부러움의 시선으로 그분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요."
"이런 결 놔둬야 하는 까닭이 없다 싶어 거의 모든 대본을 과감히 재활용폐지로 내놓고 말았습니다."
"<누가 형제 아니랄까 봐>
제 손자 녀석들입니다. 두 녀석은 끊임없이 장난치고 끊임없이 싸우고, 형제라기보다는 친구처럼 잘 어울립니다. 네 살 터울이지만요. 저는 이 아이들의 모습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술자리를 자주 갖는 친구가 어느 날 자기 동생을 데리고 나와 합석을 하게 됐습니다. 술 한잔 하면서 가만히 지켜보니 이 형제는 형제가 아니라, 서로 못할 말이 없는, 바로 술친구였습니다.
제게는 두 아우가 있지만, 우리 형제들은 이런 분위기와는 너무나 거리가 멉니다. 다 제 책임입니다. 부모를 일찍 여읜 탓인지 저는 사춘기 시절부터 괜히 노숙한 체했고, 동생들 앞에서 점잔을 떨었습니다. 자연히 저를 어려워하는 사이가 되고 말았지요. 나이 먹으면서 동생들과 친구처럼 가까워지려고 해 봤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더군요. 형제간에도 세대 간격이 생기고 만 것입니다.
두 손자 녀석이 그런 '간격'만큼은 물려받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