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그냥
가끔 그런 날들이 있다.
세상 그 무엇도 위로도 되지 않는 긴긴 새벽 같은 날. 처음부터 그 누구도 진정으로 날 사랑한 적 없고 모두 그들 자신을 위해서 한 일이었으며 난 그 모든 걸 알면서도 눈 감아줬다는 생각이 몰아치는 날.
지금까지는 누군가 내 옆에 있어서 이런 날들을 잊고 지낼 때가 많았지만, 그 누구도 내 곁에 없을 땐 이런 날들 투성이다.
그런 날들에 나는 속절없이 당한다. 어김없이 가슴 아파하며 하염없이 스스로를 안쓰러워한다. 영영 떠난 친구를 부러워하고 이 마음을 평생 짊어질 나날에 미리 슬퍼한다.
삶은 고작 밥 먹고 똥 싸고 씻고 잠자고 울고 웃고 짜증내고 울분에 차다가 포기하고, 그리고 또 다시 반복되는 하루. 고작 이 부질없는 행위가 삶이라는 게.
가끔은 영원히 살고 싶다가 영원히 죽고 싶다. 그리고 가장 행복한 순간에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