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원 Mar 21. 2017

엄마


지난 설에 화장을 하고 있던 나를 유심히 보시던 엄마가 "아야, 다음에 올 때는 파운데이션을 사다 줄래?" 하셨다. 좀처럼 딸에게 부탁을 하시지 않는 엄마가...


엄마가 파운데이션이란 단어를 말하셔서 놀랐는데 나는 왜 엄마도 여자인 것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가, 그게 무에 어려운 일이라고 난 생각을 못했을까. 죄송하다. ㅠㅜ 그리 하겠노라 약속을 했었고 쓰지 않은 화장품과 립스틱, 매니큐어를 챙겨 예쁜 상자에 담아놓았다. 오후에 화장품 가게에 들러 몇 가지를 더 사야겠다.  


엄마는 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라드리면 환하게 웃으시며 좋아하시는데 거울을 보여드릴라치면 한사코 마다하신다.  얼굴에 주름이 너무 많다는 것... 그리고 "내가 언제 이렇게 다 늙어부렀다."라고 급 실망하시는 표정을 하시니 거울을 잘 보여드리지 않게 된다. 


가끔 자식 얼굴을 알아보시는 엄마지만 엄마는 상자에 든 화장품을 열어보고 또 열어 볼 것이다. 그리고 입술과 눈썹을 그리시며 당신이 행복하시길 기도한다.   2017.02.18


                                                                                                                    


매거진의 이전글 정 (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