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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원 Apr 14. 2017

그렇게 봄날은 간다


발밑에 구르는 돌에게도 마음 가는 것이 있듯이 꽃피는 봄이 되면 보고 싶은 나무가 있다.  몇 해 전에 우연히 발견한 너무나 멋진 과수원...























어쩌면 이렇게나 멋진 수형을 만들어낼 수가 있는지 배나무에 대한 주인의 깊고 깊은 사랑을 본다.  나는 그로 인해 세상의 그 어떤 꽃보다 순백의 배꽃이 좋다. 





오늘 날은 따뜻했고 온통 별천지의 꽃밭에 서서 사진을 찍다가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배나무 가지들은 제멋대로 늘어져 한없이 보기 좋았지만 풀은 발목을 덮고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 새로 나온 가지들은 하늘로 치솟고 있다. 혹여 주인이 아파서 과수원 관리를 못한 걸까? 

아주 오래전 다른 곳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지나가는 마을 분에게 여쭤보니 아니나 다를까 주인이 과수원을 포기했다 한다. 원주인은 연로하신 어른이시고 그분의 아들이 물려받아 과수원을 지었는데 과수원 일이 워낙 많은 데다 인건비가 비싸기도 하지만 일꾼을 구하는 것도 어렵다했다. 해마다 배값이 폭락하니 배 농사를 올해부터 아예 안 하기로 했단다. 젊은 아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했는데 어르신이 피땀 흘려 일구어놓으신 배밭을 한 해 두 해 묵히다가 종내는 송두리째 파내게 될 날도 오지 않을까 싶어 나는 안타깝고 아까워서 하염없이 과수원을 맴돌았다. 


사진을 찍고 난 이틀 후에 배 과수원은 파헤쳐 저 지금은 허허벌판이 되었다. 딴 남이라도 어찌나 서운하던지... 

아래 사진은 잘 다듬어진 근처 배 과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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