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caron Jan 17. 2016

사랑과 결핍의 상관관계

Macaron 감성살롱

연인이 함께 걷고 있다.

남자의 눈에 노점에서 파는 장미꽃이 들어온다.

아무  말없이 한 송이 사서 그녀에게 불쑥 장미를 내밀고는 괜시리 쑥스러워

장미꽃을 받아 든 여자의 표정도 살피지 못하고 허둥지둥 앞서 걸어간다.

그녀는 필시 행복했을 것이다, 그를 사랑한다면.

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건넨 것은 그녀에게 꽃이 없어서가 아니다.

꽃을 받으면 그녀가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기에 꽃을 주었을 것이다.

그녀 역시 그가 꽃이 아닌 다른 것을 주었어도 행복했을 것이다, 건넨 이가 그였으니까.

만약 그가 값싼 비닐우산을 펼치고 투명한 우산 아래로 그녀를 끌어당겨

그녀의 어깨를 싸 안고 걸었어도 그녀가 그를 사랑한다면 그녀는 행복했을 것이다.

설사 그녀의 가방에 이미 우산이 들어 있었다 할지라도 말이다.

몇몇 이들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의 결핍을 채워주는 게 아니라

내가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먼저 찾아 사랑하기로 결정하는 것 같다.

사랑은 결핍을 채워준 대가로 주어지는 등가 교환물도, 전리물도 아니다.

상대방의 결핍을 채워주는 데서 나는 쓸모 있는 존재구나라고 느껴지는 희열감을

사랑의 뜨거움을 판단하는 척도로 삼는 것이 과연 맞는가.

나와는 다르지만 나처럼 고유한 인격체가 목적이 되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존중하는 것이지,

사랑을 스스로의 자아정체성을 증명하는 도구로 악용해서는 안된다.

난 내가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해.

내 귀에는 내가 무언가를 해 줄 수 없을 때 난 너를 떠날 거야라고 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난 그가 다음 사람을 만날 때

자신의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사랑을 증명해주는 필모그래피의 일부가 되어 있겠지.

무엇을 해주었기 때문은 잘못된 명제다. 누가 해주었기 때문에 사랑인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