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행복해야 한다.
예전에는 운동하는 게, 아니 정확히 말한다면 살을 빼는 게 연례행사였다. 1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20점짜리 몸을 가지고 열등감에 빠져 살다가 여름이 다가오면 혹독하게 한 달 바짝 나를 쥐어짜서 1주일 남짓 100점짜리 몸으로 살고 초고속으로 시궁창 같은 20점 몸으로 돌아왔다. 물론 그에 따른 자괴감과 회한, 과거와의 괴리감을 더 얹어서. 지금 생각하면 그 100점짜리 몸도 100점이 아니었다. 극단적으로 안 먹고 평소에 소화할 수 없는 살인적인 운동량을 처내면서 살을 뺀다는 행위 아래 내 멘탈과 자존감이 철저히 파괴된 껍데기뿐인 몸은 약간의 음식과 스트레스만 더해져도 바로 터져버릴 시한폭탄 같은 상태였으니까. 살을 빼도 행복하지 않고 오히려 언제 다시 예전의 바닥으로 굴러 떨어질까, 얻어진 내 결과물이 지금 떠먹는 밥 한 숟갈에 순식간에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 내 주변에 발에 차이도록 깔린 각종 먹거리들이 악마로 보였고 그래서 잠시 살 빼기에 성공해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각종 유혹이 즐비한 지옥 불구덩이 사이를 걸어가는 느낌이었다. 천 종류의 음식이 깔려 있어도 난 억지로 욕구를 억눌러가며 돈 주고 사 먹는 게 의미가 없을 것 같은 맛이 더럽게 없지만 살은 안 찔 거라고 판단되는 음식만 입에 쑤셔 넣었다. 억지로 참은 건 터지기 마련이다. 몸을 보여주는 계절인 여름 끝자락은 그래서 그간의 욕구불만이 터지고 순식간에 요요가 오는 시기였다. 문제는 이게 반복될수록 지킬박사와 하이드에서 악을 관장하는 영역의 힘이 더 강해지는 것처럼 내 몸은 전 해의 강도로 운동해서는 살이 빠지지 않아 난 여름 그 며칠조차도 내가 생각하는 만족스러운 몸으로 살 수 없는 저질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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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면 홈트 만 19개월이다.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생활습관 뜯어고치기에만 투자했던 8개월의 기간을 합치면 27개월, 2년이 넘는 시간을 내 삶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상향평준화시키는데 투자했다.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1년 중 고작 며칠 100점짜리 몸으로 살아가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20점짜리 몸으로 살면서 불행해하는 삶을 버리고, 매일을 건강하게 8~90점 몸으로 살면서 행복하해는 삶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식이조절을 제대로 해서 지방을 걷어내지 않으면 초콜릿 빨래판 복근을 언제나 장착하는 건 내 몸에서는 불가능하더라. 난 먹는 걸 좋아하니까 그래서 그건 포기했다. 대신 좋아하는 음식 자유롭게 먹고 내 몸을 쓰는 행위인 운동 자체를 <즐기니> 삶의 만족도와 행복지수가 올라갔다. 아무리 꾸미고 가려도 20점짜리 몸을 90점으로 보이게 하는 건 엄청 힘들지만 80점짜리 몸을 90점으로 가꾸는 건 약간의 치팅으로도 가능하다. 배가 조금 나오고 군살이 붙은 건 사진 찍는 포즈와 평소 입는 옷으로 커버 가능하고 부족한 얼굴은 나에게 맞는 메이크업으로 충분히 매력을 살릴 수 있다. 평소 기본을 탄탄하게 다져 놓으면 꾸미고 가꾸는 과정이 나의 단점을 정신없이 가리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행위가 아니라 봐줄 만한 나를 예쁘게 만드는 즐거운 놀이가 된다. 옷을 사는데 내가 생각했던 핏이 나오지 않아 오히려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예뻐지고 싶어서 화장을 하는데 피부 트러블 때문에 화장하다가 빡쳐서 거울을 부수고 싶은 충동이 들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하는 것들이 도리어 나의 자존감을 뭉개버리고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면 한 번쯤 점검해보면 좋겠다.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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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31년 인생 중 가장 잘 한 일로 꼽는 것이 28살에 습관을 고치기로 결심하고 29살에 1년만 죽었다 생각하고 운동에 사활을 걸어보자라고 덤벼들었던 것이었다. 1년 죽어라 해서도 안되면 앞으로 내 인생에서 멋지게 몸매를 만들겠다는 꿈을 평생 접겠다는 각오로 시작했는데 1년까지도 안 걸린다. 조지니까 몇 개월 후부터 몸이 바뀌는 걸 내 눈으로 내 온몸으로 직접 경험했다. 안 맞던 바지가 들어가고 허리가 남고 복근도 조금씩 보이고 무릎 살이 처지며 생겼던 원숭이가 사라지기 시작하고 꿈으로만 여겼던 물구나무를 서고 옷을 살 때 맘에 들면 당연히 맞겠지라는 생각으로 고민 없이 주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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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완벽한 몸을 가지지 않았다. 왜냐면 난 운동 말고도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여러 가지가 있고 그곳에 나를 할애한 만큼 완벽한 몸에 도달하기 위한 영역을 어느 정도 포기했기 때문이다. 근데 완벽한 몸을 가지지 않았다고 지금 내가 노력을 들여 만든 나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할 자격이 없는 걸까? 복근의 유무, 힙업의 정도, 어려운 동작 수행능력, 키, 몸무게, 사이즈 등등 단편적인 기준만으로 당신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사람은 그렇게라도 당신을 깎아내리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이니 무시해도 된다. 난 내 몸이 좋지만 좋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외적인 형태에 대한 자랑스러움보다 내 노력과 의지의 창조물이자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훨씬 훨씬 크다. <내가 만들어 낸 내 것>이니까. 그러니까 지금 자신을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자부심 가져도 된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남을 통해 자존감을 확립받는 내 것이 없는 사람일수록 남을 비난하고 트집잡기 좋아한다. 그러니 자신에게 없는 <내 것>을 가진 당신을 시기해서 공격하는 그들의 말에 상처받지 말아라.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은 <내가>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