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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aron Apr 24. 2016

[운동칼럼] 살을 빼면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될까

나를 사랑한다는 것.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로 자주 받는 고민 중 하나를 나눈다.



살이 빠지면 자존감도 높아질 줄 알았는데 나에 대해 더 엄격해지고

다시는 살찌면 안돼 이런 강박증까지 생겨서 더더욱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고민.

그녀는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았고 난 답하는 대신 어떨 때 행복하냐고 되물었다.

그녀는 일 끝나고 저녁에 잠들기 전과 쉬는 말이라고 답을 했다,

대신 불행하진 않은데 행복하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바로 스스로 답을 도출했다.

자신이 부정적이여서 그랬던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말이다.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다.

그녀를 통해 들은 그녀는 꾸준히 노력해왔고 지금도 예전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하고 있었는데 전력으로 달리고 있는 그녀의 입에서 더 노력해야 겠다는 답이 나오다니...

그녀가 솔직하게 말했다.

어떨 때 행복하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생각나는 답이 없어서 아차 싶었다고 말이다.



난 과거 살 쪘던 시절 행복한 적이 없었다.

고백하자면 사실 살을 빼고서도 1년은 그렇게 빈 마음으로 살았던 것 같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까봐 전전긍긍하고...

왜냐면 내가 살을 리드하는 게 아니라 살이 나를 잡아 끌고 다니고 있으니까..

무조건적인 긍정은 오히려 삶을 갉아먹는다.

긍정은 자기최면이 아니다. 거지 같은 현실에서 도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더더욱 아니된다.

가장 우선 이루어져야 할 건 내 자신이 내 삶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내 모습이 멋지든 망가졌든 그 모습들이 모두 나 자신이라는 걸 인정해야 하고..

거기서 진짜로 내 본질 자체를 아끼고 사랑하고 귀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살은 그 다음 문제다




운동 초창기에 전 겉모습만 백조가 되고 내면은 여전히 미운오리새끼였다.

내 겉모습을 보고 다가온 사람들에게도 난 뚱뚱하고 못났을 때의 낮은 자존감으로 그들에게 굽실거렸고

나를 하찮고 낮게 여겼고 그래서 스스로가 스스로의 가치를 후려치면서 참 당하기도 많이 당하고 버림받기도 많이 받았었다.

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를 알고 나면 그 때 내가 어떨 때 행복해지는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받은 사랑으로 나를 채우는 방법은 공급이 끊기는 순간 내 마음을 빈곤하게 만든다.



살을 왜 빼는가.

날씬해지면 손가락질 받지 않을 거고

그럼 남들이 나에게 좋은 말을 해줄 거고

그러면 사랑받고 그러면 내가 사랑받을 만한 모습이 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거니까

죄책감 없이 나를 사랑하게 될 것 같아서. 그럼 질문을 하나 하겠다.

그 사랑받을 만한 모습은 누구를 위한 모습인가.

내가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

내 눈에는 한없이 예쁘고 소중한 내가 누군가에게는 욕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게 나고 그러니까 나는 사랑하는 나 자신을 지켜내야 한다.




운동도 살도 그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내가 다이어트를 성공해서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나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자 운동을 하고 살을 빼고 몸을 조각하는 거다.

어떻게 하면 나를 사랑하고 행복하게 될 수 있을까.

이 답은 누군가가 줄 순 없다. 힘들겠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부딪히며 그대가 어렵게 찾아내야 할 거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건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온전히 당신의 것이다.

그 답은 노력하고 고민한 자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보석이다.

그러면 그 때부터 종종 상처는 받을지언정 중심을 지킬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다짐해도 5분 뒤면 또 좌절할 수도 있다. 그래도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마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다. 사람은 원래 약하고 무너지기 쉽다.

나도 매일 몸부림쳐서 겨우 일어났다가 댓글 하나에 무너지고 울고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고 하는 걸.

그래도 한 번 일어나서 다시 서고 그 한 번이 계속 쌓이면 다시 일어나는 시간 텀이 점점 짧아진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

모두가 다 그렇게 넘어지며 다시 일어나서 살고 있는 거니까, 왜 나만 이렇게 시궁창일까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사랑하는 용기.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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