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aron 감성살롱
요란한 소리에 사무실 밖을 나가보니 예고도 없던 엄청난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건물 옆 처마 아래 이동통로로 걸어만 다녀도 정강이까지 빗물이 튀어 축축해졌다.
오늘 새 운동화를 신고 올까 했는데 헌 운동화를 신고 오길 잘 했다고 생각하다가
머리 속을 스치는 어떤 것에 멈칫했다.
헌 신. 너도 처음부터 헌 것은 아니었지.
처음에 네가 내게 왔을 때는 먼지 한 톨 묻을까 걱정되어 걸음 하나하나를 조심해서 내딛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허물이 없어진 건지 너를 너무 편히 대했던 건지 뒷축을 구겨 신고 흙탕물에 흠뻑 젖고
어디에 긁혀서 구멍을 내기도 하고 그렇게 넌 내 발길이 향하는 곳을 따라 점점 늙어갔어.
그런데 말야, 내가 어느 곳을 가든 함께 갈 수 있는 가장 편한 벗이 바로 너더라.
새 신이 깨끗하고 예쁜 건 자명했지만 그 아이는 불편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비에 홀딱 젖도록 빗 속을 나와 함께 걸어주는 건 나와 동고동락해온 낡은 헌 신이었다.
나와 함께 하느라 늙어버린 너인데 그 모습 때문에 너를 너무 편히 생각하고 홀대했던 내가 부끄럽다.
새 신은 예쁘기만 하지만 헌 신은 깊게 아름다워.
그건 아마 너 헌 신의 나를 향한 무조건적인 헌신 덕분인 것 같아.
내 옆에서 모든 걸 함께 해주면서도 어떠한 것도 요구치 않고 그저 내 든든한 발이 되어 준 네가 고마워.
그래서 멋진 새 운동화를 샀지만 난 여전히 네가 좋고 마음이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