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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명운 Oct 29. 2022

작별

가을로 접어드는 늦은 여름이었다.

오랜만에 찾아뵌 외할머니는 날씨가 좋다며 공원에 가자고 하셨다. 

공원으로 오르는 높고 긴 계단은

가파른 경사에 턱이 있어서

할머니의 굽은 척추를 닮은 듯했다.

어린 시절의 나를 업고 수도 없이 올랐던 그 계단이

이제는 숨이 차셨는지,

할머니는 계단 턱에 앉아 다리를 두드리며 잠시 숨을 고르셨다.

나는 할머니를 업어드리려고 등을 내밀었지만

할머니는 한사코 거부하며 말씀하셨다.

  "이 다음에.."


따뜻한 볕이 드리운 

공원 벤치에 앉은 할머니는

눈앞을 지나가는 젊은 아가씨들을 보며 

마치 세상의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말씀하시려는 듯

온 세상의 평화를 가득 담은 애정어린 눈으로 말씀하셨다.

  "참 예쁘지?"

그리고는 손녀딸 생각이 나셨던지,

  "우리 연주도 예쁠 거야. 그렇지?.."


그날..

내가 어떻게 그 계단을 다시 내려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아무렇지도 않은 어느날

아침밥상으로 들려온 할머니의 부음에

'이 다음에..'를 삼키며 눈물을 쏟아야 했던

그때의 나를 기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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