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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 시 Jul 22. 2017

플레이리스트#6

밤편지 by. IU

당신이 선물해준 시계가 또 고장입니다.


이 시계를 선물 받은 지 5년이 지난 후에나 시계를 차고 다녔습니다. 평소에 시계도 차지 않다가 아마 취직을 했으니 멋이나 좀 부리고 싶어서 그랬나 봅니다. 당신은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계는 우리가 홍콩으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우연히 야시장에서 샀던 그 싸구려 시계입니다. 숫자 대신 예스러운 한자가 쓰여있는 그 시계 말입니다. 당신은 후에 또 다른 중국 출장에서 더 비싼 명품 시계를 사다 주었지만 나는 그 시계가 어디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마 남들에게 보이기 좋은 명품 시계보다 특이한 느낌의 이 시계가 더 맘에 들었나 봅니다.


당신은 나를 기르셨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나 봅니다. 

유행하는 옷들보다 원래 있던 옷을 더 좋아하고, 

당신이 좋아하던 축구보다 농구를 좋아하고,

설에 음복할 때 밤보다 대추를 좋아하고, 

고급 식탁보 위의 레스토랑보다 취한 당신이 사 온 검은 봉지 속 순대를 좋아하고,

순대보다도 허파를 더 좋아하는 것을 말입니다.


아마 당신이 옆에 계신다면 다 알았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조금 더 어른이 되면 우리가 더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라며 말이죠. 그래서 어렸을 적 당신이 권했던 그 잔도 밀어냈습니다. 그게 참 아쉽고 후회됩니다. 그 잔을 받고 우리가 더 가까워졌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요.


나도 당신을 잘 모릅니다. 

젊은 날엔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지,

왜 그림 공부를 포기했는지,

어머니는 어떻게 만났는지,

그녀와 어떤 연애를 했는지,

꿈은 무엇이었는지,

가장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가끔, 문득 당신이 떠오르곤 합니다. 

영화 속에서 중년 남성이 나오거나 당신이 선물한 이 고장 난 시계를 바라볼  때 말입니다.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그대가 멀리 사라져 버릴까 하는 걱정은 없습니다.

그래도 그립고 더 그립습니다.


긴 꿈을 꾸는 당신,

좋은 꿈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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