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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 시 Jul 27. 2017

플레이리스트#7

Small Town by. The Birthday

취직하고  두달 만에 갖는 첫 회식이다.  몸 담고 있는 팀이 나를 포함한 3명뿐인 규모가 작은 실이라 직급이나 나이 상관없이 서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어쩌면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미국 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이라 더 자유로운지도 모르겠다. 치맥을 하며 편한 이야기를 이것저것 하다가 음악을 주제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과연 가사와 언어가 음악을 즐기는데 문제가 되느냐'라는 주제였는데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중학교 때부터 음악을 수집해온 폴더가 있는데 그중에 일본 노래 폴더에 'The Birthday'의 'Small Town'이라는 곡이 있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찾으라고 하면 절대 찾을 수 없는 곡인데 이 곡을 알게 된 경위는 이렇다. 중학교 때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각 분기별 어떤 애니메이션이 나왔는지 줄줄 꿰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 하루는 그 친구에게 애니메이션을 추천받았는데 내용은 별로 였지만 오프닝 곡이 귀에 팍 하고 박혔다. 보컬이 가진 '날 것'의 느낌이 좋았는데 그날 저녁 그 밴드의 음악을 전부 찾아보았다. 그리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곡이 'Small Town'이라는 곡이다. 


사실 이 노래가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른다. 일본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평소 즐겨 들었던 J-Rock 같이 영어가 섞어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노래가 참 좋다. 일렉기타는 약 7분여 되는 시간 동안 같은 멜로디만 연주하고 드럼도 특별함 없이 누구나 칠 수 있을 만큼 단조로웠고 화려함이 전혀 없는 비참함마저 느껴지는,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뿐이었지만 말이다. 누군가 '야, 적어도 노랫말이 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냐?'라고 물을 수 있겠지만 가사 해석본은커녕 노래 자체도 아는 사람이 없고 그렇다고 일본어를 배워 해석해볼 엄두는 안 났다. 오히려 일본어를 몰라 그 느낌만으로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지루하리만큼 변화 없이 반복되는 기타 멜로디나,

맥없이 드럼 스틱을 툭툭 던지는 듯한 드럼 비트,

알아들을 수는 없는 절규하는 목소리.


도대체 왜 제목이 'Small Town'인지도 알 수 조차 없지만 그 음악이 담고 있는 몇 안 되는 요소만으로도 감정이 전해진다. 비록 그 감정이 아티스트가 의도했던 것이던 아니던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음악을 듣고 다가오는 느낌이 좋으면 좋은 거니까. 그것이야 말로 음악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회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습관처럼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재생했더니 마침 첫 곡으로 이 노래가 흘러나온다. 여느 때라면 곡이 끝나고 랜덤 재생이 되었겠지만 오늘은 한 곡 반복 재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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