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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 시 May 17. 2019

편지

감사를 담아.

요즘 코인 노래방에 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오늘도 그 전화를 노래방에서 받았습니다. 한창 열심히 부르다가 마침 9시 30분이 넘어 주민등록증 검사를 들어오는 바람에 노래가 멈춘 때였습니다. 전화는 당신의 절친에게서 온 것입니다.


참, 오늘 당신은 피정에 들어갔습니다. 부끄럽지만 아직도 피정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며칠간 전화를 못쓸 것 같아 돌아오는 생일을 미리 축하한다던 카톡을 보고, 피정이 무협지에서 보던 폐관수련 같은 것일까 상상해보았습니다. 결국 검색하고 나서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한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화를 건 당신의 절친은 당신에게 편지를 써보라고 권합니다. 피정 프로그램 중 하나인가 봅니다.

아, 사실 권했다기보단,

"편지 써." 라고 단호하게 말하더군요. 수학 숙제 안해오던 당신의 아들이 떠올랐는지 그렇게 말하네요. 차라리 잘됐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는 쓰지 않을 겁니다. 남들 다하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당신의 둘째 아들이니까요.


사실 종종 글은 쓰지만 당신에게 글을 선물한 적이 없습니다.

그동안 당신에게 글을 선물치 못한 것에 대해 서운하게 생각지 않아줬으면 하지만, 그것이 서운하다면 그 또한 이해합니다. 하지만 결코 당신에게 글을 선물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란 것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누군가 만날 수 있는 사람에게 글을 쓰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글은 필연적으로 전달될테고 다시 만났을 때 조악한 글쏨씨를 부끄러워할테니까요. 차라리 더이상 보지 못하는 이에게 쓴 글은 쉬웠던 것 같습니다. 닿을지 모르는 글을 단지 부르짖듯 써내려갔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서 이 기회에 마음을 담아 전달해보려고 합니다.


자식이 부모를 닮는 것은 어쩌면 정말 운명같이 정해져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나의 우주는, 당신의 우주를 닮아가려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하지만 단지 내가 당신을 닮으려는 것은 당신이 '좋은 어머니'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당신은

타인의 미소에 웃어주며 눈물에 슬퍼해주는 친구이자,

걱정거리에는 진심을 담은 조언해주는 선배이며,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몸소 보여주는 선생이고,

배움에 적극적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줄 아는 멋진 여성이며,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어버이날 당신의 선물로 신발을 사러 같이 갔던 때를 기억합니다. 당신의 변덕이었는지 맘에 드는 신발이 없었는지 결국 사지 않고 가게를 나왔습니다. 밖을 걷는데 괜시리 당신의 손을 잡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손을 잡아본 것이 너무 오래되어 어색해 그저 팔짱을 하는데 그쳤습니다. 다음번엔 만날때는 손을 잡고 걸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존경하고 감사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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