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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Mar 10. 2024

(12) '기억의 지속'과 녹아내리는 시계

[색채 너머로(Beyond the Colors)] (12) '기억의 지속'과 녹아내리는 시계: 달리가 그려낸 시대의 불안


1931년,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이 파리의 한 전시회에 처음 공개되었을 때, 그것은 마치 폭탄이 투하된 듯한 충격을 예술계에 안겨주었다. 그 중심에는 녹아내리는 시계들의 이미지, 이른바 '연성시계'가 있었다. 당시 평론가들은 이 그림을 두고 "예술의 혁명"이라고 평했고, 또 다른 이들은 "악몽 같은 광경"이라며 혹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달리에게 이러한 반응은 예상된 것이었다. 그는 기존의 예술 관념을 전복시키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연성시계'는 이러한 달리의 예술적 도전의 상징이 되었고, 초현실주의 운동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살바도르 달리의 '연성시계'는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 같다. 녹아내리는 시계들, 황량한 풍경. 달리는 이 초현실적 이미지로 우리의 고정관념을 와해시킨다. 그는 마치 "시간도 영원하지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


달리의 시계는 꿈처럼 유연하다. 그것은 엄격한 물리법칙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변형된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시간은 우리의 내적 경험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고 말했다. 달리는 그 주관적 시간을 캔버스에 담아낸 것이다.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달리의 연성시계는 이 혁명적 아이디어를 예술적으로 구현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은 주관과 환경에 따라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1930년대 유럽의 불안정한 정세가 '연성시계'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세계대전의 전조와 혼란스러운 시대상이 녹아있는 것이다. 미술평론가 로버트 휴즈는 이 그림을 "20세기 불안의 초상"이라 평했다.


달리의 작품은 해석의 여지가 풍부하다. 어떤 이는 그것을 생명의 유한성에 대한 메타포로 읽고, 어떤 이는 인간 정체성의 유동성을 찾아낸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달리의 시계는 무의식의 흐름을 표상한다"고 분석했다.


'연성시계'는 단순한 예술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과 존재에 관한 철학적 담론이자, 혼란한 시대를 응시하는 예술가의 눈이다. 그 독창적 비전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모두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시간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존재의 의미는 시간에 있다"고 말했다. 달리는 자신만의 예술언어로 이 깊은 통찰을 표현했다. 우리는 '연성시계'를 통해 시간과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예술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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