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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Mar 10. 2024

(20) 우키요에: 에도의 꿈과 삶을 판화에 새기다

[색채 너머로(Beyond the Colors)] (20) 우키요에: 에도의 꿈과 삶을 판화에 새기다


에도 시대는 일본 문화사에서 마치 백야처럼 빛나는 시기였다. 당시 일본은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맞이하며 문화의 꽃을 활짝 피웠고, 그 꽃밭 한가운데에 우키요에가 있었다.


"떠도는 세상의 그림"이라는 뜻을 지닌 우키요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찰나적 삶과 아름다움을 포착해 낸 독특한 판화 예술이다. 마치 오늘날의 인스타그램처럼, 우키요에는 에도의 거리와 풍경, 사람들의 일상과 즐거움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우키요에의 거장들 중에서도 카츠시카 호쿠사이와 우타가와 히로시게는 별처럼 빛나는 존재였다.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큰 파도"는 마치 파도가 인간을 삼키려는 듯한 역동성으로 전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철학자 앨런 와츠(Alan Watts)는 "이 그림은 자연 앞에선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호쿠사이의 그림은 순간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위대함을 동시에 담아내며, 예술이 삶의 본질을 어떻게 투영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히로시게의 "도카이도 53차"는 마치 에도 시대의 여행 블로그 같은 작품이다. 그는 당시 가장 번화했던 에도와 교토를 잇는 도카이도 길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과 사람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는 마치 hiroshige_travel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는 듯하다. 시인 마쓰오 바쇼(Matsuo Basho)는 "여행은 삶이요, 삶은 여행"이라 했는데, 히로시게의 작품은 이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우키요에는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 에도의 대중문화와 일상, 꿈과 욕망을 담은 시대의 거울이었다. 문화이론가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이미지는 한 시대의 신화를 담는다"고 했다. 우키요에는 당시 일본 사회의 신화와 가치관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이는 일본 문화의 독자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서양 예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우키요에에서 일본적 미학을 발견하고 이를 자신들의 작품에 녹여냈다. 이는 동서양 문화의 교차로에서 피어난 예술의 꽃이었다.


우키요에를 감상하다 보면, 에도의 거리를 거닐며 그 시대 사람들의 웃음과 노래를 듣는 듯하다. 그것은 한 시대의 푸른 꿈과 생의 격렬함이 얇은 종이 위에 아로새겨진 기록이다. 우키요에 속 에도의 꿈은 시공을 초월해 오늘날 우리에게도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한 순간 순간이 지닌 영원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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