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탑재] 보이차, 시간이 빚어내는 발효의 미학
보이차(普洱茶)는 운남성 보이 지역에서 유래한 후발효차로, 중국 차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당나라 시대부터 이어져 온 차마고도(茶馬古道)를 따라 티베트로 운반되는 과정에서 자연 발효되는 특성이 발견되었으며, 이는 현대 보이차의 제조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국가표준(GB/T 22111)에 따르면, 보이차는 제조 방식에 따라 생차(生茶)와 숙차(熟茶)로 구분된다. 생차는 자연 숙성 과정을 거치며, 숙차는 '워두이(渥堆)' 공정이라 불리는 인공 후발효를 통해 약 45-60일 내에 제조된다. 1974년 운남성 쿤밍차창에서 개발된 이 공정은 보이차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운남농업대학 차학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보이차의 발효 과정에는 주로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와 페니실리움(Penicillium) 속 균류가 관여한다. 이들은 차의 폴리페놀 성분을 변화시켜 숙성된 향미를 생성한다. 장기 숙성된 보이차에서는 테아플라빈 등 유용 성분의 함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보이차의 품질 평가는 중국차엽품질검측중심의 기준에 따라, 외형(25점), 향기(25점), 탕색(수색, 25점), 맛(25점)의 네 가지 요소로 평가한다. 2010년 이후에는 분광분석기를 활용한 객관적 품질 평가도 도입되었다.
보관 환경도 체계화되었다. 중국차업연구원의 지침에 따르면, 최적의 보이차 보관 조건은 온도 20-22℃, 습도 62-68%다. 전통적인 자사(紫砂) 다관이나 죽통 보관이 선호되는 이유는 이러한 조건을 자연스럽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차의 건강 기능성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연구들은 보이차의 콜레스테롤 개선 효과와 항산화 작용을 보고하고 있으며, 장내 미생물 균형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차업연구원에 따르면, 보이차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1990년대 말 제조된 '황금연대' 보이차는 높은 가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2023년 광저우 차엽거래소에서는 1950년대 제조된 보이차 단일 병이 108만 위안에 거래되었다.
현대 기술은 보이차의 진위 감정에도 활용된다. 2022년부터 운남성 차업협회는 QR코드 기반의 이력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생산 연도, 제조 공장, 보관 이력 등을 블록체인에 기록하여 위조를 방지하고 있다.
"茶以時為貴"
(차는 시간으로 귀해진다)
- 청대 '다경(茶經)' 주석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