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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꽃처럼 피어나고, 거품처럼 사그라진다-튤립버블

by 조우성 변호사

욕망은 꽃처럼 피어나고, 거품처럼 사그라진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라 불리던 그 시절의 공기는 풍요와 탐욕으로 진동했다. 동인도 회사가 실어 나르는 향신료와 비단으로 암스테르담은 넘쳐났고, 갈 곳 잃은 자본은 낯선 이국의 꽃, '튤립'에 눈을 돌렸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기이한 무늬를 띠는 병든 튤립일수록, 인간의 눈에는 더없이 고귀한 예술품으로 비쳤다.


1636년 겨울, 광기는 절정에 달했다. 튤립 뿌리 하나가 숙련된 장인의 20년 치 연봉을 넘어섰고, 암스테르담 운하 변의 저택 한 채와 맞교환되기도 했다. 화가 얀 반 고이엔 같은 예술가들조차 붓을 놓고 이 '바람의 거래(Windhandel)'에 인생을 걸었다. 실물은 땅속에 있는데, 종이 쪼가리에 적힌 권리만 웃돈에 웃돈을 얹어 거래되는 기이한 선물 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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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637년 2월 3일, 하를렘의 한 주점에서 시작된 침묵은 역병처럼 번졌다. "사겠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은 순간, 환상은 깨졌다. 가격은 수직으로 추락했고, 어제까지 부자를 꿈꾸던 이들은 빚더미에 앉았다. 얀 반 고이엔은 이때 진 빚을 갚기 위해 죽는 날까지 2,000점이 넘는 그림을 그려야 했다. 튤립 파동은 자본주의가 잉태한 최초의 거품이자,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쉽게 부풀고 또 허무하게 터지는지를 보여주는 서늘한 우화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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