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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모티브 Dec 28. 2018

7. 커뮤니티 매니저의 '핵심 역할'

공간 운영에 있어서 '커뮤니티 매니저'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하여 


지난 10월 말, 그동안의 '커뮤니티 매니저' 인터뷰의 결과를 공유하는 발표회가 열렸습니다. 선착순 30명으로 작은 규모로 열린 행사인데, 하루 만에 정원이 꽉 찰 정도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그리고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는 사람부터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생소한 직업이 그저 궁금해서 호기심에 참여한 사람까지, 정말로 다양한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커뮤니티 매니저가 뭐길래?"라는 공통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밀도 있게 나누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는 어떤 사람인가요? 

30명의 참가자에게 미리 신청서를 통해 질문을 건네보았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는 어떤 사람인가요?" 하고요. 


그리고 30가지 재미있고 유의미한 답변들이 이어졌습니다. 각자의 답변은 하나하나 다르지만,  '커뮤니티 매니저'를 설명하는 단어로 '공간', '커뮤니티', '연결' 등이 공통 키워드로 자주 등장했습니다.  


고생하는 사람 

사람들 간의 에너지를 조율하고, 엮는 사람 

공간이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조율자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유지, 발전시키는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사람 

초원 같은 코워킹 스페이스에 룰을 만들고, 그 룰 안에서 편의와 네트워킹을 돕는 양치기 (문제는 매니저는 양치기인데 이용자는 양이 아니다...)     

사람 간의 직조에 능한 사람  

몸과 마음을 모두 실어 사람과 공간에 쓰는 사람 

여러 가지 커뮤니티에 맞춰 공간과 이벤트 기획, 프로모션을 관리하는 사람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며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주는 사람     

커뮤니티를 만들고, 관리하는 사람     

공간을 좀 더 효율적이고 아름답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람 간의 적당한 간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

인큐베이터+공간 기획자+심리상담가+옵서버     

공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사람 

커뮤니티를 더욱 다양하고 다채롭게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존재

공간을 키우고 돌보는 부모와 같은 존재 

공존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며,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사람 

콘텐츠 소통의 매개자

공간을 매개로 새로운 만남을 주선하는 사람

민관 사이의 윤활유

퍼실리테이터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엔진

커뮤니티와 공간의 구심점 

살롱의 안주인

스스로 플랫폼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의 공통분모가 잘 발휘도록 해주는 사람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 공간에 담아내는 사람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람

나보다 상대방을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

말하는 문장 하나하나도 고민하는 사람 


지난 10월 25일에 열린 '커뮤니티 매니저' 인터뷰 결과 공유회 현장 ⓒ ROMOR


현장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활약하고 있는 7인의 현직자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갖가지 신선하고 재미있는 대답들이 다양하게 등장했습니다.  


단순히 공간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사람들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매개자 

들어주는 사람 

공간이라는 빈 종이 위에 많은 이야기와 사람들을 엮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스토리텔러 

유기적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과정을 디자인하는 컬처 디자이너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 수많은 일들이 있지만 언제나 늘 같은 공간일 수 있게 해주는 골키퍼 

그 공간의 취지와 문화에 맞는 사람들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필터 


이렇게 다양한 답변들이 등장하자, 인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한 입장에서 처음에는 당혹스럽기도 했습니다. '과연 하나의 직업으로서 '커뮤니티 매니저'를 조명하고 설명하려는 작업이 적절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죠. 


하지만 다시 곰곰이 인터뷰 내용들을 정리하고 이야기 조각들을 짜 맞추다 보니, 오히려 이런 다양한 답변들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뮤니티 공간마다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매니저의 정의와 역할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커뮤니티 매니저’는 하나로 정의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 인터뷰이 B  (문화예술 기반 코워킹 스튜디오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2년 차)


조금 더 공간 운영의 측면에서 '커뮤니티 매니저'의 핵심적인 역할은 무엇일지 현직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함에 있어서 '커뮤니티 매니저'가 왜 필요한지, 그곳에서 일하는 '커뮤니티 매니저'의 중요한 역할과 위치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공통적으로 '커뮤니티 매니저'의 역할에 대해 매우 세밀한 답변들이 이어졌습니다. 현직자들은 커뮤니티 공간이 초기에 안정화되는 단계에서부터 그 이후까지 단계마다 커뮤니티 매니저의 위치와 역할이 계속해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한마디로 초기 단계에는 적극적인 설계자로, 이후에는 보이지 않는 조율자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초기 단계에는 적극적인 설계자로, 이후에는 보이지 않는 조율자


초반에는 공간의 안정화와 문화 조성에 있어서 커뮤니티 매니저가 큰 역할을 하게 되더라고요. 공간이 체계를 잡아가고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힘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도출되기까지, 커뮤니티 매니저가 그 모든 시간을 지켜보며 누가 어떻게 연결되고 성장되는지 기록하고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는 거죠.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확장성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역할을 했던 사람이 없다거나 매니저가 바뀐다고 해도, 이용자들의 큰 이탈 없이 안정적으로 공간이 돌아가는 게 필요하죠.     

- 인터뷰이 A  (민간 코워킹 스페이스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3년 차)


그 공간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아 여기는 그래도 되는 공간이구나!’라고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안정감 있는 공간 문화가 조성된 이후에는 커뮤니티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사람과 함께 도전하고 실패하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안정감과 경험을 만들어가는 게 커뮤니티 매니저라고 생각해요. 

- 인터뷰이 B (문화예술 기반 코워킹 스튜디오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2년 차)


커뮤니티 공간의 안정적인 정착에는 매니저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간에서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생겨날 수는 있겠죠. 근데 과연 그것이 얼마나 잘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냐는 다른 문제거든요. 그것들이 잘 지속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커뮤니티 매니저나 커뮤니티 매니저가 선임한 사람이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크다고 생각해요. 커뮤니티 매니저 본인이 보기에 좀 더 좋고 예뻐 보이는 것들을 공간에 자꾸 들여오게 되기 쉽거든요. 그것이 프로그램이든, 사람이든, 물품이든. 내 눈에 좋아 보이지만 이것들이 커뮤니티 공간 사용자들에게는 어떻게 보일 것인지, 공간의 정체성과 맞는 것인지 늘 자문하거나 외부의 시각을 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정된 시각과 의견에서 공간의 가치와 지향성을 정해버리면, 그 뒤에 합류하여 함께 일하는 다른 이들이나 공간에 오는 사람들이 답답함이나 괴리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 인터뷰이 D (서울시 문화센터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4년 차)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커뮤니티 매니저는 연결자 혹은 갈등 조정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각자가 갖고 있는 매력, 재능 혹은 일에 대한 고민 등을 모으고, 연결하는 꿀벌 역할을 하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공간이 안정화되고 그만큼 저도 이 일을 오랫동안 해오며 경력을 쌓고 나니, 이제는 조정자나 연결자보다는 일종의 '컬처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이 더 큰 것 같아요. 커뮤니티의 중심은 실제 그 안의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실려 있되, 다만 그 안에서 일정한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일종의 문화 코드 혹은 문화적 프로세스를 디자인하는 게 커뮤니티 매니저의 핵심 역할인 거죠.

- 인터뷰이 E  (코리빙하우스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5년 차)


저의 공간 운영 철학은 최대한 운영하는 사람, 관리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예요. 실제로 저는 제가 운영하는 공간에 거의 머무르지 않고, 오히려 이용자들이 자기 공간처럼 느낄 수 있도록 거리감을 좁히는 데 힘을 많이 써요. 그게 제일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관리자가 있으면 그 사람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에게 의지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커피를 쏟거나, 컵들이 설거지가 안 되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저는 이용하는 사람들이 직접 그런 것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공간과 더 가까워진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인 공간의 보안이나 필수적인 관리는 제가 할 일이지만, 그 외에는 이용자들이 최대한 스스로 해결하는 거죠. 오히려 '커뮤니티 매니저'가 더욱더 공들여야 할 것은 그런 문화가 정착되고 유지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공간의 적정한 규모를 유지하고, 동선과 매뉴얼을 단순화하고, 그 공간에 어울리는 사람들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 인터뷰이 G (프리랜서를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3년 차)


그렇게 각 공간이 현재 어떤 위치와 상태에 와있는지 세밀하게 분석하며, 그에 맞게 자기만의 역할을 취하면서 '커뮤니티 매니저'가 궁극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갓 공사를 마치고 활짝 문을 열고 난 다음 반짝하고 이내 금방 정체되고 마는 공간이 아니라 언제나 한결같으면서도 생동하는 공간, 이용객수로 공간 운영이 잘 되고 있다는 단순한 결론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공간에서 유효한 경험과 사회적 자원들이 축적되고 교환되고 확산되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공간, 한마디로 늘 살아 있는 공간이 아닐까요?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곳곳의 공간을 지키는 '커뮤니티 매니저'는 공간에 떨어진 쓰레기 하나를 줍는 일에서부터 공간과 사람의 상호 작용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매니저는 공간을 늘 살아있게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공간을 운영하는 매니저의 역할은 가장 뒤에 서서, 매일매일 공간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일종의 골키퍼와 같은 거죠. 분명 어제와 오늘 사이에, 오늘과 내일 사이에 수많은 일들이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 인터뷰이 F (민간 복합 문화공간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1년 차)


커뮤니티 공간은 그 안에 모이고 흩어지는 사람들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생물이라고 생각해요. 그 변화에 맞춰서 공간의 지향점도 조금씩 진화해나가야 하고요. 그런 점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는 민감히 계속 질문해야 해요. 내 개인적인 취향이 너무 반영되지 않았는지 혹은 공간이 특정한 사람들의 경향성에 독점되고 있지 않은지. 그런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새로운 사람들도 합류할 수 있는 ‘틈’이나 ‘새로운 균열’을 계속 만들어가야 해요.  

- 인터뷰이 D (서울시 문화센터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4년 차)

       




당신에게 편안한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 있나요? 한결같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분위기와 사람, 이벤트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인가요? 그렇다면 그곳에는 당신이 찾는 공간을 늘 살아있도록 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있을 거예요. 어제도, 오늘도, 변함없이 말이죠.  




다음 편 소개 

에필로그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던져보는 질문 


BY 나무  CCO & Co-Founder

다양한 삶의 방식과 공존 사례를 연구하고, 실험합니다. 루시드폴의 노랫말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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