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 이야기_파트리크 쥐스킨트
악다구니를 힘겹게 이고 있는 듯한 인상의 중년 남자가 거칠게 물어왔다.
"아저씨 급행 어디서 타야합니까?"
방금 담배를 태운 듯, 그에게서 연한 타르냄새가 났다.
"저쪽 건너에서 타야하는데요."
"건너에서요?"
"네."
고맙다는 말도 없이, 중년의 남자는 나를 향한 시선을 거둔채 담담히 걸어갔다.
그리곤 벤치에 앉아 있던 노모의 손을 꼭 쥐며, 조심스레 일으켜세웠다.
악에 받혀 있던 그의 인상은, 어떤 무게에 짓눌린 작은 어깨와 함께 건너편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 좀머 씨 이야기_파트리크 쥐스킨트
개인적으로 좀머 씨 이야기는 '소년의 성장 소설'이라거나 '따뜻한 동화'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죽음에 쫓기고 세상에 눌려 헐떡거리는 좀머 씨의 삶을 지켜보는 이야기라는 게 더 어울릴 듯 싶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악전고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소설'이라고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