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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열 Sep 10. 2015

어머니의 손

눈길_이청준

어머니의 손


어머니의 손은 마를 날이 없었다. 남의 옷을 들통에 붓고 온 힘을 다해 주물렀던 손은 한 겨울에도 뜨거운 여름에도 물에 잠겨있었다. 이 일을 시작한 지도 벌써 30년이 되었고, 세제와 세탁용 기름에 치여 손은 더 까칠해졌다. 한 겨울이 되면 까지고 터지는 것은 일상이었고 바세린과 목장갑은 피부에 없는 수분을 보충해 주는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가만히 앉아 있는데 그런 어머니의 손이 어김없이 다가왔다. 그리고 수분기 없이 메마른 손이, 언제나 그랬듯이 나의 등을 다둑다둑 쓸어주었다.

"힘들어서 어쩌꺼나."

연약한 손이, 근육과 뼈가 성해 단단해진 등을 연신 다둑다둑 두드려주었다.  


+ 이청준 '눈길'

이청준 작가를 자주 생각한다. 결은 단단하고 그럼에도 속은 여지없이 여린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이청준 작가는 그려왔다. '축제', '벌레이야기', '눈길' 등의 소설을 통해 어머니의 손짓, 걸음, 눈이 따라가는 이곳 저곳을 담담히 보여주었다.


나의 어머니도 나에게 한 번의 손짓과 걸음, 눈길이 닿는 이곳 저곳을 항상 짚어주셨다. 그래서 이청준 작가를 자주 생각하곤 한다.


"어머님, 그 때 우시지 않았어요?"

"울기만 했것냐. 오목오목 디뎌 논 그 아그 발자국마다 한도 없는 눈물을 뿌리며 돌아왔제. 내 자석아, 부디 몸이나 성히 지내거라. 부디부디 너라도 좋은 운타서 복 받고 살거라. 눈앞이 가리도록 눈물을 떨구면서 눈물로 저 아그 앞길을 빌고 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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