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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원 Jun 21. 2022

일기에서 술로 끝나는 이야기

의식의 흐름이 이렇게나 무섭다

한 문단을 쓰자고 했는데, 이게 뭐라고 루틴을 지키는 건 참 어렵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무엇을 써볼까 궁리하는 내용을 적고 있다. 맞다. 지금 나는 생각이 안 나서 의식의 흐름대로 무언가를 적고 있다. 글이라는 게 이렇다. (의미 부여하는 건 아니고...) 생각을 풀어서 기록하는 것 정도다. 이러면 일기랑 다를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한문단씩 쓰는 이유는 지금 내 앞에 사랑하는 쥬드(반려묘)가 고로롱거리며 노트북 반대편을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고 마침 튼 TV에서는 재즈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재즈를 듣고 있노라면 이상하게 술이 당긴다. 아니, 술만 있으면 딱이다! (아, 뭔가 이 말은 너무 술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네... 취소.) 아쉽게도 위스키와 럼과 맥주와 와인 등 각종 주류를 사랑하는 문인들과는 달리, 나는 술을 즐기지 않는다. 나름 거창한 이유가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문인들은 대개 술로 인해 좋지 않은 최후를 맞았다. 헤밍웨이가 그렇고, 스콧 피츠제럴드도... 알코올 중독이 무서운 건 아니다. (사실 모든 종류의 중독은 무섭다) 그저 시선이 흐트러지는 게 싫고, 실없는 웃음이 의미 없다는 점에서 허무하다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좋아하는 이들과의 술을 사랑하지만, 혼술은 어딘지 모르게 빈자리를 들춰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한문단을 채웠다. 헛소리를 늘어놓은 것 같지만 곳곳에 취향을 담고 싶었다. 잘 담겼다기보단 빠진 벽돌 구멍을 시멘트로 허겁지겁 메운 모양새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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