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여름이라 저녁에도 환한 길,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같은 방향을 향해 걸었다. 사람들 무리에 섞여 늘 걷던 거리를 걷고 있자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대로 별 생각하지 않고 걸어도 된다. 이어폰에 음악 소리는 들리는데, 가사엔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와 맞닥뜨리지 않기만을 바라며 한걸음, 또 한걸음. 다리가 기억하는 곳으로 간다. 예전 회사가 원남동에 있을 때는 퇴근길에 종묘공원을 가로질러 가곤 했었는데, 그 부근은 종로답지 않게 밤길이 어둡고 조용했다. 그래서 생각이 많은 날이면 꼭 그 길을 거쳐가곤 했다. 누군가에게 방해받지 않고 걸으며, 생각을 이어가고 싶었다.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지금은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