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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영 Apr 06. 2017

덴마크 사람은 왜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살까

공간이 주는 행복함

북유럽에 1년 정도 머물렀다. 2008년에 떠나서 2009년에 돌아왔으니, 벌써 10여 년 전 일이다. '노르웨이 교환학생 1년'이라고 적힌 내 이력서에 면접관들은 하나 같이 "왜 여기?"라는 질문을 했었다. 그럴듯한 대답으로 둘러대고는 했다. "미국으로 가기엔 성적이 낮았고, 그나마 영어가 제일 통하는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라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회인이 되어 시간이 꽤 흐르고, 북유럽산 유모차가 여기저기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이 '핫'하게 떠오른 것. 특히 잡지책에는 유명한 북유럽 출신의 조명 디자이너, 가구 디자이너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무지했던 나는 의아했다. 내게 북유럽 인테리어란, 오래된 이케아 가구가 전부였다. 살인적인 노르웨이 물가에서 유학생들은 대부분 누군가가 헐값에 물려주고 간 이케아에 의지해 살았다. 우리가 '유학생 조명'이라고 불렀던 긴 스탠드는 기숙사 이 방에도, 저 방에도 있었다.


결혼을 하고,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며 나도 이제는 프리츠 한센이나 루이스폴센 같은 이름에 조금 익숙해졌다. 물론 여전히 지갑은 가볍고, 오리지널 가구의 가격표는 무척 무겁다. 그러나 st.로 불리는 짝퉁 가구는 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오늘도 아름다운 가구들이 나오는 책만 주야장천 읽는 중이다.


<덴마트 사람은 왜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살까>는 '의자'가 아닌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인생'은 바꿔 말하면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야말로 그 사람의 행복으로 이어집니다.


작가는 평소에 생활하는 공간이 곧 인생의 질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 공간을 화려하거나 큰 집이 아니라 나의 취향을 반영하고,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곳이라고 해석했다. 또 그래서 집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사무실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아닐까? 평범한 직장인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곳이니까.


저는 인테리어 전문가로서 쓰레기가 될 것이 예상되는 도구를 구입하지 말고, 후세에 남기고 싶은 가구를 구입하자고 끊임없이 강고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않는다. 나의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아름답고 질 좋은 가구는 비싸다. 적어도 아직까지 우리 집에서 그런 가구는 없다. 의자나 작은 테이블부터 하나씩 바꾸고 싶은 욕망은 늘 가득 차 있다. 그렇지만 책 제목처럼 한 달치 월급을 털어 의자를 하나를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터. 본인에게 최선의 것을 고르면 좋을 듯하다. 이케아 조립 의자라 할지라도.


이 책에서 지금까지 많은 이야기를 해왔는데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공간을 바꾸면 인생은 더 좋아진다'입니다. 151


마지막으로 친절하게 요약정리도 해놓았다. 무작정 비싼 가구들을 들이기보다, 영혼 없는 st. 가구로 가득 채우기보다, 내 공간을 그저 좀 더 정돈해보는 건 어떨지. 보다 나아질 내 인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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