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선의를 베푸는 일, 그리고 그것을 다시 돌려받는 일
여행사를 그만둔 지 13년이 넘었는데, 얼마 전에 몰랐던 얘기를 들었다. 회사 동기의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당시 내가 담당했던 패키지 상품으로 중국 장가계 여행을 다녀오셨는데, 수많은 여행을 했어도 장가계 여행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최근까지 가장 자주 이야기하셨다는 것이다. 퇴사 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친구였는데, 아직도 나를 떠올리면 그때의 고마움이 먼저 생각난다고. 정확하게는 내가 그 어른들을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해드렸던 것을 두고두고 이야기하셔서 그게 고마웠다고 한다.
그땐 여행사 전세기로 운행되던 비행기가 있어서, 비즈니스석이 판매되지 않고 남으면 상품 담당자인 나의 권한으로 좌석 업그레이드 대상 인원을 지정할 수 있었다. 수시로 있었던 일이라 기억은 안 나지만, 주로 연세가 높으신 분들 좀 더 편히 가시라고 선정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아마 친구 할머니가 계신 일행이 선정된 것도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요즘 같으면 아마 SNS에 한 번이라도 더 올려줄 어린 친구들을 지정할지도 모르겠지만.)
딱히 나의 노력이 필요하지도 않았던 일로 누군가에게 평생의 추억을 남겨줄 수 있다는 게 새삼 경이롭게 느껴졌다. 나는 여행사에서 일하는 동안 보람을 느낀 순간이 아주 드물었는데, 간혹 여행 인솔자로 출장을 가서 손님들의 현장 표정을 고스란히 지켜볼 때에는 그 기쁨이나 뿌듯함이 희미하게나마 손에 닿을 듯 느껴지기도 했다. 이번에 친구가 해준 얘기도 나한테 비슷한 기분을 가져다줬다.
현실에선 우리가 던진 부메랑이 이렇게 다시 돌아와 내 귀에 직접 도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니까 나야말로 그분들이 그렇게 오래 기뻐하셨다는 것이 두고두고 고마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