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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주미 Sep 02. 2021

기버(giver)형 인간이 번아웃을 막을 수 있는 방법

애덤 그랜트의 <기브 앤 테이크>에서 얻은 힌트 3가지

최근에 애덤 그랜트(Adam Grant)의 책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를 읽고, 나의 일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얻었다. 특히 얼마 전까지도 번아웃을 겪었던 사람으로서, 6장 ‘이기적인 이타주의자’ 파트를 통해 공감하고 깨달은 바가 너무 많았다. 현재 번아웃을 겪고 있는 기버형 사람들을 위해서도 미래의 나를 위해서도 기록을 남겨보면 좋지 않을까?


기버(giver)는 자신의 이익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본인이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기를 좋아하는 기버는, 최대한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테이커(taker), 본인이 받은 만큼만 주려는 매처(matcher)들과는 다른 방식의 관계맺기 성향을 보인다. 이 책은 사회의 ‘성공 사다리’에서 가장 밑바닥을 차지하는 인물도 기버들이지만, 가장 꼭대기 층에서 성공을 이룬 이들도 기버라는 사실을 증명하며, 그 둘의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 이야기해 준다. 한 마디로 “어떻게 호구가 되지 않고 현명하게 기버의 최상화를 실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책인 것. 나처럼 본인이 기버형 인간이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웹사이트로 가면 Give and Take 평가 테스트를 무료로 진행해볼 수도 있는데, 대부분의 기버들은 이미 본인이 기버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의 6장에서는 기버가 맞닥뜨릴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 소진’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극복 방법이 소개된다. 영문 원문 표현이 무엇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나는 여기서 말하는 ‘정신적 에너지 소진’을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번아웃’으로 대체해도 완전히 무방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에서 주는 사례에서 힌트를 얻으며 기버들의 번아웃을 방지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정리해봤다.
 
   
힌트 하나,

자신이 하는 일이 미치는 영향력을 직접 경험하면 기버의 에너지 소진은 줄어든다.

기버들의 번아웃은 끊임없이 베풀기만 해서가 아니라 그 베풂에 대한 피드백이 없을 때 온다고 한다. 즉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나 영향력을 확인하지 못할 때 기버들은 정신적으로 소진된다. 책에서 소개된 ‘콘리’라 불리는 열성적인 교사의 경우, “내가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뭔가가 바뀔까요?”라는 회의감에 사로 잡혀 있었다. (이 책에서는 교사가 기버일 경우 정신적 에너지가 더 쉽게 소진될 수 있다고도 했는데, 그건 교육의 영향이 몇 년 후에나 확인할 수 있는 시간적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때 이 교사가 택한 방법은 베푸는 것을 줄이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별도의 상담 프로그램에 새롭게 참가했다.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본인이 아이들에게 좀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위 대목을 읽을 때, 내가 아무리 스케줄이 바빠도 여러 팀원들과의 1:1 미팅은 꼭 챙기려 했던 내적 동기가 무엇인지도 깨닫게 되었다. 나와의 대화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팀원들의 피드백을 통해, 그 대화로 해결책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그들을 통해, 나 역시 신체적으로는 힘들어도 정신적인 에너지를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기버들은 본인이 하는 일의 피드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경로에 스스로를 꾸준히 노출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한 브랜드의 SNS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자. 고객의 긍정적 댓글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나 꼼꼼함의 증명이기도 하지만, 기버에게는 이것이 자신의 일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확인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이 만든 콘텐츠로 인해 도움을 받았거나 만족감을 얻은 소비자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상사나 고객사의 칭찬을 듣는 것보다 더 값진 피드백이기 때문이다. 이런 칭찬글 한마디라도 꾸준히 수집해두는 습관은, (특히 기버형 인간이 회의감에 빠질 때마다) 자신의 영향력을 상기시켜주는 작지만 강한 방패가 될 수 있다.


힌트 둘,

베풂의 맥락을 바꾸면 기버에게는 다시 새로운 에너지가 생긴다. 

베풂의 맥락을 바꾼다는 건 베푸는 방법을 다양화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번아웃이 온 기버에게는 계속 같은 영역에서 베푸는 대신 다른 영역을 탐색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위에서 얘기한 교사 콘리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는 학생들에게 교과목을 가르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상담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성격의 업무를 자발적으로 추가했다. 또한 그와 비슷한 교사들의 멘토 역할을 맡음으로써 아이들이 아닌 성인으로까지 대상을 확장했다. 이렇게 베풂의 행동이 신선하게 느껴지도록 방식과 맥락을 다양화함으로써, 오히려 한 가지 종류의 베풂을 지속했을 때보다 계속 새로운 에너지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내가 번아웃을 겪은 시기에 본능적으로 추구했던 일도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정신적으로 지쳐 있던 중에도 내가 속한 팀원들의 멘토링뿐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환경에 있는 주니어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고 싶었다. 오프라인 모임이 될 수도 있겠고, 온라인으로 글을 남겨 불특정 다수(가 아닌 1인이라도)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구상해보기도 했다. 이건 얼핏 보면 번아웃 증상과는 상당히 모순되어 보이는 행동인데, 결국 기버에게는 이것이 상황을 개선해 정신적 에너지를 되찾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힌트 셋,

도움을 줄 때는 ‘매일 조금씩’ 대신 ‘한꺼번에 몰아서’

책에선 이걸 ‘불 지피기’ 방식 vs ‘정원에 물 주기’ 방식으로 설명했다. 이것도 기존의 내 직관과는 반대되는 이야기였는데, 정원에 물 주기 방식(메일 조금씩 돕는 것)보다 불 지피기 방식(시간을 정해 한꺼번에 몰아서 돕는 것)이 기버의 번아웃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책에선 “선행을 일주일에 골고루 분배해서 실행하면 그 일의 특별한 점이나 힘이 줄어들 수 있다. 또 평소에 하던 친절한 행동과 잘 구별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도움이 주는 영향력이 ‘바다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으려면 몰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호구형 기버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신체적 & 시간적 소진을 막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매일 타인을 위한 시간을 할애하다 보면 자신의 위한 덩어리 시간(chunk time)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내가 향후에 팀원들과의 1:1 미팅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팁도 얻었다. 기존에는 매월 특정 주간은 매일 오후 5시 이후 타임을 1:1 미팅 시간으로 할애했는데 그래야 에너지 분배에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니 매일 한 시간씩 미팅을 진행하기 보다 하루에 몰아서 진행하는 게 심리적 충족감에는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앞으로 더 시행착오를 겪어 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현명한 기버가 되려면 베풂의 방식이나 스케줄까지도 내가 더 전략적으로 계획해서 진행해야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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