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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ynamic K Jan 17. 2022

아디오스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747-400

내겐 참 의미가 많았던 비행기 HL7461. 지금 처럼 코로나란 단어가 익숙하지 않고 막연히 너무 두려웠던 2020년 1월, 꼭 전쟁터에 교민을 구하러 가는 비장함이 있던 그 우한 특별 전세기 편. 대기스케줄이었다가 아틀란타 비행으로 불려 막 짐을 싸고 나가느라 못받았던 20분뒤 전화 두통. 나중에 바로 다시 전화를 드렸을때 다른 대기스케줄인 부기장으로 확정됫다는 소식을 듣고 비행기에 도착해 기장님 정비사님과 이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정비사님 말씀하시길 "저 우한가는 비행기, 저거 다녀와서 퇴역해요". 참 많이 탓던 비행기인 데다 이제 전세계에 몇대 안남은 비행기인지라 그 소식을 듣고 왠지 시원 섭섭. 전세계 장거리 여행을 가능케 만든 가장 크고 가장 잘생긴 비행기, 게다가 워낙 잘만들어져 비행기계의 스테디 셀러였던 747-400시리즈. 이제는 점점 연비좋은 엔진 두개짜리 비행기들이 그 자리를 채워가고, 더이상 이렇게 큰 비행기에 승객을  가득 채워 한번에 가야할 수요도 필요성도 점점 옅어져 이제는 생산도 안되고 하나씩 하나씩 그 자리를 비워주는 'queen of the sky'. 비록 발리 한번 더하고 퇴역했지만, 마지막을 함께할뻔 했을 때 한번, 그리고 두달 뒤 주기장에 서있을 때 저 기종이 네임텍으로 나오면 꼭 사야지라고 두번 인스타에 글을 올렸던 저 비행기가 처음으로 대한항공 주관으로 파는 네임텍으로 나왔을 때 "어머, 저건 꼭 사야되". 하지만 워낙 정보화시대에 뒤쳐진 아날로그 펄슨이라 첫번째 기회는  선후배들 인스타를 통해 이미 놓친것을 알았고 두번째 기회는 후배가 알려줬는데도 스탠바이 비행불려가서 못사고. 참 안타까워 하고 있는데 인스타에 실수로 같은색 두개를 사게 된 아까 그 후배의 사진이 올라왔기에 "혹시 하나는 어떻게 할꺼야?". 평소에도 감성과 낭만이 넘치던 그 후배님 역시 이번에도 너무 멋지게 "리셀하려고 산건 아닌데 저보단 실제 그 기종을 탓던 선배가 갖고있는게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캬.. 너무 멋지자나 이 대사. 후배님 맘 바뀌실까봐 얼른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송금을 하고 오늘 내 가방에 달리게 된 이 네임텍. 뭔 네임텍 하나로 글을 이렇게 길게 쓰냐 하겠지만, 그래도 사연하나 그리고 물건 하나에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담아내며 살아가는게 또 고롷게 재밋그든. 우리 살아가는게 무심히 그냥 지나치다 보면 참 무료한 일상이지만, 앞에 카메라 하나 딱 놓고 찍어둔 뒤 나중에 보면 참 재밋는 시트콤이고 드라만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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