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나 아빠말고 내 가장 친한 친구한명 데려와 '쉿, 비밀이야' 하며 데리고 올라가는 먼지 냄새 가득한 그곳.
천장에서 새어나오는 햇빛 따라 나무사다리 타고 올라가, 삐걱거리는 나무 판자 문 하나 밀고 올라가면 나오는 아늑한 우리만의 새로운 세상.
한쪽엔 오래된 아이큐점프마냥 눅눅해진 갱지냄새 가득한 만화책으로 가득차 있고, 다른 한쪽엔 나무벽에 파란 분필로 크게 그린 나만의 세계지도가 있고, 바닥엔 세상 맛난 과자 몇개와 좀이따 후루룩짭짭할 컵라면 두개와 하얀바탕에 오랜지색 그림있는 포장지에 들어있는 나무젓가락 두개.
빨강머리앤과 길버트 어린놈의 자슥들이 지푸라기 가득찬 농장 창고 안에 둘이 앉아, 세상에 딱 둘만 있는 것처럼 행복하게 보내던 그 따뜻한 그 공간.
전주에 갔다가 근처여서 들어간 카페 색장정미소. 메뉴엔 쌍화탕 구운떡들이 있어 '아 내가 올 곳이 아닌가' 하고 돌아서려다 구석에 쓰인 카페라떼를 발견하곤 "저거 한잔 주세요". 라떼한잔들고 아무도 없는 다락방에 올라가는데 어렸을 적 상상하던 그 비밀기지가 훅하고 떠올라 몇시간을 행복한 상상과 추억에 잠겨 앉아 있었던 이곳.
'공간은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을때
의미를 가진다'라는 유현준교수님 강의처럼, 아이면 모든게 용서되고 잘노는게 미덕이었던 내 나이 또래 친구들은 꼭 한번 가봤으면 하는 그런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