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내가 <정신자원>이라는 책을 쓰며 예측했던 미래의 모습이다. 사실 이미 공유경재의 시대가 도래했고,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국내 굴지의 기업에 자리에 오른 카카오나 우아한 형제들조차 수익모델에 골몰하는 것을 보면 이제는 이것을 '미래'예측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지경이다.
이미 수익 없이 서비스만 제공하는 기업의 수는 손으로 다 꼽기 어려울 정도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표현은 마치 중세 항해 시대에 '무풍지대'처럼 으스스하지 않는가? 무풍지대에서는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아서 배는 몇달이고 물결이 흘러가는대로 떠다니며 바람이 불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전문 기업컨설턴트는 아니지만 늘 여러 기업을 만나 어려움을 듣는 나로서는 이런 끔찍한 예측이 이미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이 기업입장에서 얼마나 공포스러운지를 체감한다.
물론 이것을 하나의 기회로 여기는 기업도 많다. 일례로 사진관련 스타트업 중에는 유료 필터를 모두 무료로 전환하고 플랫폼화를 기대하는 기업들이 많다.
과거에는 기술과 사람만 있으면 그럭저럭 돈을 벌 수 있었다. 기술이 발전되면서 기업에게는 기회도 많아졌지만 그만큼 사장되는 기술도 많아졌다. 기술이 더이상 자산이 아닌, 기업의 투자를 잡아먹는 채무 아닌 채무가 되어버렸다.
기술과 아이디어에 대한 기대가 켜졌다고 해서 자본에 중요성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자본이 필요하다. 그리고 동네에 방앗간 하나만 차리면 수익이 보장되었던 시대와 달리 '수익을 내는 머리'가 추가로 필요하게 되었다.
수익의 무풍지대를 합리적으로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이 각 시장의 상황에 맞게 요구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저수익 또는 제로수익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주니 고객들은 고대 예언에나 나올법한 천국이 지금 실현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현대의 고객은 너무나 많은 서비스를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무료영상 앞에 나오는 20초 광고에도 크게 분개하는 것이 지금의 고객이다. 10초나 5초도 길다고 말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천국에 살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왜냐면 고객의 시간에 대해, 과거의 기업은 이를 돈을 주고 팔았다면 지금은 고객이 자신의 시간을 기업에게 팔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백화점이나 오락실에서 한시간을 보낸 고객과 지금(2010년대) 유투브나 포털사이트에서 한시간을 보낸 고객의 입장은 매우 다르다. 그 고객이 쓴 돈도 역시 다르다.
그저 거래방식이 바뀌었을 뿐 고객은 젓과 꿀이 마구 흘러넘치는 천국에 살고 있다고 전혀 느끼지 못한다.
80년대 백화점이나 오락실에서 한시간을 보낸 고객은 뭔가를 사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반대로 지금 기업의 서비스 페이지 상에서는 고객이 한시간이라도 더 머무르도록 뭔가를 쉼없이 제공하지 않고서는 고객을 붙잡아둘 수가 없다.
따라서 기업이나 기업을 창업하려는 이들은 모두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익을 내는 머리'를 갖고 싶어한다. 그것은 아이디어일수도 있고 시장에 대한 통찰일수도 있으며, 지배력이나 기술우위 또는 자본일수도 있고, 고객만족도나 브랜드 충성도일수도 있다.
기업은 당장 살아남는 문제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야가 좁아질 수 밖에 없고 그것은 당연하다. 기업은 미시적인 시각에서 답을 찾는 것이 기업의 의무나 숙명에 가깝다.
그렇지만 거시적으로 본다면 기술은 결국 휴머니즘과 공익추구에 귀속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은 이기적이거나 심지어 독점적이기까지한 수익모델을 구축한 기업이 살아남고 있지만, 큰 틀에서는 공공의 이익과 인간의 본성에 더욱 가깝게 구현해내는 기업이 성장하고 생존할 것이다.
오늘 강남에서 미팅은 이런 생각을 더욱 절실하게 한다. 기업이 위에서 말한 두가지 다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살아남은 기업에게 시장이 줄 수 있는 열매는 매우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