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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02. 2016

기적같은 사랑

                                                                                                                                                                                           

얼마 전 알게 된 한 선배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분은 첫사랑과 결혼하게 되었다고.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대학시절 같은 동아리에서 만난 남자인데

홀로 무지하게 짝사랑하다가

고백도 못해보고 졸업을 했단다.

정말 정말 좋아했는데..

그때는 그냥 말도 못한 채 헤어졌단다.

시간은 흐르고..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온라인 사이트에서 그를 찾아보았고,

연락처를 얻게 되었다.

"오랜만이다. 밥 한번 먹지 않을래..?"

정말 오랜만에 그녀는 그를 만났고

오래 전 친구처럼, 동료처럼

그렇게 반가운 마음만 표현한 채

헤어졌다고 한다.

그 이후 아주 뜨문뜨문 몇 번씩

만나기는 했지만 

친구, 동기로서의 만남

그 이상을 발전시키기가 어려웠다고.

또 시간이 흐르고..

나이도 먹고 여유도 생기자

그 선배는 예전에 내가 너를 좋아했었노라

얘기를 했다고 한다.

상대방은 전혀..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전 일이었고..

또 그렇게 밥을 먹고 별일 없이

그들은 헤어졌다고 한다.

시간이 또 흐르고..

선배가 30대 중반이 되어 

여자가 존중받고 사랑받고 대접 받는게

무언지 알만한 나이...그 무렵

또 한번 짝사랑했던 남자를 만났을 때

이 남자..별로 내게 맞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 남자 나를 여자로 생각하지 않는구나.

나를 너무 편하게만 생각하는구나..

여자에 대한 매너가 너무 부족하구나..

그렇게 어릴적 짝사랑으로 간직하려고만 했단다.

그런데 인연이 계속되어 어느 날

그 남자에게서 연락이 왔단다.

밥한번 먹자고..

30대 후반이 된 그녀는

또 한번 그를 만났고,,

그의 부족한 매너, 그의 무심함들이

그저 그 남자가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이라는 것까지 이해가 되더라고 했다.

남중. 남고. 공대를 나와

남탕에서 일을 하는 그 남자가

여자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 것이며,

얼마나 능숙했겠냐는 이해를 하고 나니,

그제서야 다시 그 남자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마음을 열었고

그 둘은 39세에 결혼을 했다.

그녀는 어릴 적 그를 지독하게 짝사랑 할때

썼던 감정의 일기를 유치하지만..

그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그는 그 선물을 받고

감동을 받은 것인지. 쑥스러운 것인지.

한마디만 했다고 한다.

"몰라서 미안해.."

그와 그녀는 결혼한지 1주년.

토실토실 사랑스러운 아들도 낳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몇 년간 짝사랑 하던 그 남자..

  그 남자도 본인 스스로가 만들어 낸

  이미지와 환상이 있었을 텐데...

  결혼하고 나서 깨져버린 부분은 없었나요..?"

그러자 그녀는 대답했다.

"전.. 이상하게 점점 더 좋아지네요.

  그를 좋아했던 이유는 딱 하나였어요.

  대학시절, 그는 온갖 아르바이르하며 번 돈으로

  등록금과 용돈을 해결하는 걸 보고 반했거든요.

  결혼하고 보니 더더욱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매일매일 그 사람한테 말해요. 

  결혼해줘서 고맙다고."

결혼을 한 많은 지인들 사이에서..

안맞는다고 불평하거나 트집잡기 바쁘고, 

혹은 유머로라도

"야. 사랑이고 나발이고 현실이야."

"어우. 결혼해봐. 남편이 제일 꼴보기 싫어"

라는 말들에 치여 살다가..

그녀의 그 말은 참으로 신선하게 들렸다.

그녀의 말은 절대 가식이나 허세가 아니었다.

정말 진심이었다.

이르지 않은 나이에 결혼을 한 그녀는

마침내 이루게 된 자신의 사랑에 대한

행복감에 젖어서인지

내려놓을 것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사랑하는 방식을

터득한 지혜 때문인지 몰라도..

40대의 나이에도 얼굴에 빛이 났다.

그녀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 말을 한참 듣고 있던 다른 언니가

한마디 했다.

"정말..기적 같은 일이군요.."

                                                                                                                                                                                                                                                                                                                                                                                                                                                                                                                                                                                                  

순수하고 아름다워

범접하기 힘든 사랑의 이야기는 존재한다.

그러나 요즘처럼 속전속결,

영혼이 빠져나간 인스턴트 사랑이

범람하는 세상 속에서 

이제 단지 서로 아끼고 감사하는 사랑 자체가

기적이라 표현될 정도이다.  

일과 목표는 노력해서 이룰 수 있지만

사랑은..

사랑은 그렇지 않다.

노력하는 만큼 되는 게 아닌 거 같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에 있어 

때론 기적을 바라게 된다.

무심하게 어느 날

기적처럼 내게 사랑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한번 사는 인생,

기적과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고

우리는 생각하기도 한다.

선배언니와 짝사랑남의 인연은

순수하고 풋풋한 대학시절에도,

열정적인 20대 중반에도. 

과감해질 20대 후반에도

능숙해진 30대 중반에도...

이루어 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결국 지금 시간을 함께 하고 있으며

그들이 지나쳐버린 시간보다 

앞으로의 더 많은 시간을 약속했다.

첫사랑과 20년 후에 결실을 맺게 된 

이야기 자체가 부러웠던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이 평범하지 않은 스토리가..

어쩌면 우리가 속 편하라고 생각해버리는..

결국에 이루어질 사람은 이루어 진다라는 

그 둘만의 진정하고 강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부러웠다.

결국 그 진정하고 강한 무언가는

종교적인 신념이나 영혼의 끈..같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녀가 그 남자를 좋아했을 때, 

그 이유의 정직함과 순수함.

그리고 간절함.

그리고 그녀만큼이나 

정직하고 열정적으로 살아 온

그 남자의 노력과 삶에 대한 자세.

것들의 케미가 

아마도 그들의 만남을 끌어들이고

또 다시 한 번 사랑할 수 있게 한 것은 아닐까.

아무리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흐르고,

답이 안보이고, 좀체 희망이 안생겨도.

사랑을 하는데 필요로 하는 바른 자격들..

정직함과 열정, 간절함, 순수한 감정을 

포기하지 않을 때, 바로 그때

우리에게도 기적같은 사랑이

찾아올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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