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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02. 2016

집착

                                                                                                                                                                                                                                                                               

집착...

이 단어는 언제 들어도 별로다.

무언가에 대한 강박,

절제하지 못하는 휩쓸림,

염증나게 하는 이기적 행동,

상대방을 괴롭히는 일방적인 아집...

뭐 이런 느낌이 대충 든다.

어젠가 뉴스에서 20대 남성이 짝사랑하던 여교사를

스토킹하다가 여교사가 결혼발표를 하자,

결국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 사건 뿐만 아니라 최근에 사랑하는 사람이

결별을 통보하자 살인을 하고 본인도 자살하는 등

관계에 있어 '집착'이 불러온 

엽기적이고 극단적인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이제 '집착'은 다소 공포적인 단어로까지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집착이란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리는 것을 의미한다.

문득 난 궁금했다.

집착과 열정.

그 경계는 무엇일까..

우리 모두는 무언가에 매우 집착한다.

아닌 듯 하지만 그렇다.

꼭 여자친구. 남자친구에게만 

집착하는 게 아니라...

그 어떤 것도 대상이 될 수 있다.

35세 준이는

'돈' 대하여 집착을 한다.

어릴 적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얼마 되지 않는 고등학교 학비, 급식비를

매번 내지 못해 상처가 많았다.

유난히 그 점이 열등감과 수치심으로 남아있던

그는 열심히 일하고 악착같이 모아

또래대비 상당한 재산을 축적했다.

그런데도 무언가 충족되지 않았는지

그의 이상형은 "돈 많은 여자"였다.

정말로 그는 집안에서 소개해준 선을 보고

지방유지의 딸과 만난지 4개월만에 결혼을 했다.

33세 지영은 '친구'에 대해 집착을 한다.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반에서 왕따를 당한 경험 있다고 했다.

그 때 이후로 누군가에게 거부를 당하는 것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고

친구가 요청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절을 못하는 것이다.

그녀는 친구들이 부르는 모든 자리에 빠짐없이 나갔고

친구들이 그녀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넋두리를 하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37세 동혁은 '술'이다.

그는 술에 있어서는 절대 지지 않는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예전부터 술이라고 하면

그 누구도 따라가지 못하는 지존.

그가 글라스에 소주를 콸콸 쏟아 뱃사람처럼

마실 때면 주변 남자들의 경악하는 모습과

"어머~~ 동혁이 오빠 술도 잘마셔 꺄~"하며 즐거워하는

여자들의 환호소리를 자주 즐겼다.

그는 술자리라면 마다하지 않고 어디든 달려갔다.

5일동안 술을 마셔 위궤양에 걸렸는데도 

부르는 술자리가 있으면

나가곤 했던 그가..

얼마 전 페이스북에 '풍에 걸렸다'며 

앞으로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슬픈 소식을 전했다.

35세 자영은 '건강'에 집착한다.

온갖 영양제를 꼼꼼히 챙겨먹으며

밥을 먹을 때마다 식단을 철저히 점검하고

조금만 안좋다 싶으면 바로 병원을 달려가는 그녀.

심지어 몸을 위해 하는 운동조차..

너무 철저하게 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녀는 그렇게 건강에 집착하는데도..

잔병이 끊이지가 않는다.

이 밖에도 외모에 집착한 나머지 

성형중독에 걸린 돌이킬 수 없는 여자후배..

결혼에 집착하여 남자라면 사족을 못쓰는데

친구의 남자를 넘보다 베프를 잃어버린 회사선배..

인기에 집착하여 이 여자 저 여자에게

만인의 연인 놀이하다 5년 사귄 여친에게 까인 동료까지.

우리 모두는 무언가에 집착을 한다.

만약에 우리가 우리의 일이나, 자기계발에 

매달린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집착이라 부를까..

반대로 일이나  공부 등이 아닌 것이 대한

열정과 집념..노력..

이런 행동들은 집착이 아닌 것일까.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면 

하루종일 머리 속에서 생각이 난다.

내가 너무 즐거워하는 무언가가 생기면

하루종일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건 당연한건데..

그래서 못 잊고 계속 매달리는 건데..

그게 왜 집착이라는 거야..

곰곰히 생각을 해보면

누군가에 대한 미친듯한 사랑,

무엇에 대한 돌아버릴 듯한 열정.

우리는 이런 마음 자체를 집착이라

부르지 않는 것 같다.

집착이라는 것은 무언가에 대한 결핍,

억눌림을 보상받고 싶어하는 심리로 인해

생기는 당연한 욕망이다.

돈도. 사람도. 사랑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마음과 열정 자체가 집착이 아니라

그 마음에 대한 보상에 대한 욕심을

우리는 집착이라 부르는 게 아닐까.

사랑에 결핍된 사람들이 사랑을 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를 정말 진정으로

열렬히 사랑하는 것을 '집착'이라 부르지 않는다.

사랑을 하면서 "제발 나를 좀 사랑해달란 말이야!!"라며

생떼를 쓰는 것. 그래서 상대방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것.

그 욕심을 우리는 '집착'이라 부른다.

노력한 것에 대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얻고 극복하기 위해 

죽을만큼 노력했는데, 그것의 결과가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을 하고 욕심이 생기며, 얕은 수를 꾀하고

부정까지 저지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이제 그것은 꿈이 아닌 집착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우리는 어떤 것에 집착, 아니 열정을

쏟는 것이 의미 있는지

구분을 할 수 있게 된다.

외모. 돈. 술..

이런 것들에 대한 열정보다는

자신의 삶에 좀더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대상을 설정할 수 있게 될거라 믿는다.

열정과 집착.

그것의 차이는 바로

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닐까 싶다.

정직하고 멋지게 사랑하고

남을 배려하며, 노력을 한 승부는

내 뜻과 같은 결과가 안된다 하더라도

패배를 한 게 아니다.

그러나 과정보다 결과에 눈이 멀어

상대보다 나 자신에 눈이 멀어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선택을 하는 

그 비겁하고 옹졸함이 바로

열정에서 집착으로 전락해버리는

욕심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우리의 사랑에 대한

상대방의 태도를 우리 뜻대로 결정할 수 없으며,

목표를 위해 노력하더라고

삶이 주는 결과물을 우리 마음대로 강요할 수 없다.

상대방의 마음이든, 노력에 대한 댓가이든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다음번에 더 노력하는 것이

진짜 승부사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 구질구질한 루저가 되지 말고

열정을 가지고 마음껏 사랑하고,

열정을 가지고 마음껏 목표를 위해 노력한 뒤,

결과에 승복하도록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

집착하는 사람으로 불리우고 싶은가

열정적인 사람으로 불리우고 싶은가

그 정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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