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을 개발한 후 처음으로 운영하는 교육과정을Pilot Course라고 부릅니다. 수강생 입장에서는 신규로 개발된 교육과정의 첫 차수에 참가하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과정개발자 입장에서는 시제품과 다름없는 교육과정의 개선점을 찾아내기 위한 테스트 운영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가끔 "Pilot Course에 참가하신 여러분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는 교육담당자분들이 계시는데요, 수강생들께는 살짝 미안하지만 비밀로 하시는 게 좋습니다. 미완성 교육에 들어온 것으로 생각하셔서 뭐든지 의심의 눈으로 보거나 기분 나빠 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교육과정 개발 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Pilot Course는 어떻게 운영하는 것일까요?
1. 핵심은 모니터링
Pilot Course의 목적은 신규 개발된 교육과정(혹은 Module)의 보완점을 찾는 것입니다. Anlaysis, Design, Development 단계에서 계획했던 설계들이 실제 의도했던 대로 현장에서 Working 하는지를 봐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일반 교육과정의 운영과 Pilot Course 운영의 가장 큰 차이점은 철저한 모니터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세 가지 준비물
① Lesson Plan(설계안)
Pilot Course 진행 시 과정개발자는 Lesson Plan 등 설계안을 가지고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계획 상으로는 30분 정도 진행될 예정이었던 Activity였는데 실제로는 40분 소요되었다면 Lesson Plan에 체크해야 합니다. 또 수강생이 중간에 질문을 했다면 어떤 질문을 했는지도 기록해 둡니다. 질문을 안했더라도 눈에 띄는 반응이 있다면 그것도 메모해 둡니다. 예를 들어 강사가 설명을 했는데 어려워 했는지, 쉬워 했는지, 지루해 했는지, 재미있어 했는지 등입니다. 그런 것들이 모두 추후 과정개선방향을 논의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만약 상세한 Lesson Plan을 만들지 않았다면 Pilot Course가 진행될 때 그 흐름을 Lesson Plan 양식에 기록하면 되고요 앞서 말한 수강생 반응이나 질문도 같이 메모하면 됩니다.
② 교보재(수강생용 교재, 강사용 슬라이드)
교보재도 처음 제작한 것이다 보니 오탈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Development 단계에서 최대한 사전에 점검해서 오탈자가 없도록 해야 하지만 그게 참 쉽지가 않지요. 저의 경우 보고서를 출력해서 임원에게 올리고 나면 그제야 표지에 있는 커다란 오타가 보이곤 하더군요(ㅜㅜ). 교보재의 오타도 첫 차수를 진행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과정의 진행에 따라 직접 오탈자를 체크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법이고요, 강의장 뒤에 교정용 교재를 비치해 둔 다음 수강생들에게 오타를 체크해 달라고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③ Pilot Course 용 설문지
마지막으로 보통 때 활용하는 교육만족도 설문 이외에 보다 상세한 과정개선점 파악을 위한 설문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교육과정 전체에 대한 만족도 설문만 받았다면, Pilot Course에서는 세부 Module(과목) 별 만족도 설문을 받기도 합니다. 또 완전히 별도의 설문을 개발해서 교육과정의 설계에 대해서 깊이 있고 상세한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보통 정량적 결과보다는 정성적 결과(수강생 자유 기술식 의견)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과 분석이 힘들기는 하지만 첫 과정에서는 최대한 많은 개선점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3. 과정개선 방향 논의
Pilot Course 이후에는 개선점을 정리하고 과정을 보완해야 하겠지요. 이때 필요한 자료는 교육담당자의 모니터링 결과, 수강생들로부터 받은 만족도 설문 결과,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교육과정을 진행했던 강사의 의견입니다. 이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요, 교육담당자가 아무리 꼼꼼히 모니터링한다고 해도 실제 강의를 했던 강사의 느낌은 또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 Pilot Course가 끝나고 나면 강의했던 강사님들과 함께 Wrap-up 미팅을 합니다. 그 자라에서 모니터링 결과와 수강생 만족도 결과 등을 강사들과 공유하고 개선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지요.
여담이지만, 가끔 교육과정을 개발한 경험이 많지 않은 교육 담당자의 경우 Pilot Course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개선점이 많이 도출되는 것을 "문제가 있다"라고 보는 분들이 계십니다. 사외 HRD 컨설팅 펌에 과정개발을 의뢰한 경우 Pilot Course의 결과가 안좋다고 해서 서로 갈등이 벌어진 사례를 들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육과정 개발 후 처음 실시하는 Pilot Course에서 아무 문제 없이 완벽하게 진행되면 좋은 것일까요? 맞습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그런 경우는 많지 않고요, 또 문제가 숨어 있다가 그 다음 차수에서 불거져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규 개발한 교육과정의 개선사항은 최대한 Pilot Course에서 많이 찾아내서 최대한 개선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입니다. 요약하자면 Pilot Course가 잘 끝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문제가 많이 발견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좋은 신호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