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끔한 못

뭉툭한 다리

by 오은영



따끔한 못이

자꾸 따라와


모자 대신 못을 맞은

손끝부터 저려와


뭉툭한 치즈

둥그런 두 다리가


못보다 빠르게 움직이지 못해

못을 피하지 못해



이 시는 피할 수 없는 날카로운 위협 앞에 둔하게 움직이며 경험한 아픔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따끔한 못이 자꾸 따라와

모자 대신 못을 맞은 손끝부터 저려와”


찔리면 따끔할 것 같은 못이 계속 따라붙고 있습니다. 아마 그 누구도 딱히 원하는 상황입니다. 보호받아야 할 순간, 모자 대신 손이 못에 찔려 상처를 입고 말았지요.

그러자 통증은 서서히 시작됩니다. 아픔이 가장 작은 곳에서 시작되어 몸 전체로 번져나갑니다.


“뭉툭한 치즈, 둥그런 두 다리가”


못에 찔린 존재는 부드럽고 둥글하죠. 날카로움과는 반대되는 모습입니다. 허공에서 빠르게 내려오는 못과 달리 부드러운 치즈는 빠르게 피하지 못합니다.


“못보다 빠르게 움직이지 못해

못을 피하지 못해”


그렇기에 치즈는 위협보다 느린 자신을 자각합니다. 피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죠. 뭉툭하고 둥그런 치즈와 뾰족하고 날이 선 못은 처음부터 가까워질 수 없었나 봅니다.


이 시는 날카로운 존재(또는 상황) 앞에서 겪는 불안과 느림에 대한 감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피하고 싶은 것이 어째선가 시간이 지나면서 많아집니다. 더불어 몸과 마음은 느려져만 가지요. 추워지는 요즘, 유독 그런 생각이 깊어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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