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침묵해

꽃을 보니 알겠어요

by 오은영

꽃들이 침묵해
이제 곧 그것이 또 올 거니까

이미 흐려진 눈동자
거대해진 입술 사이로

한껏 탐욕을 보이며
등장하는 그것

자세히 보니 모자에 있는
꽃을 보니 알겠어요

오늘은 어느 꽃을
침묵시킬까요


이 시는 반복해서 나타나는 위협 앞에서 작아져만가는 존재들의 침묵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꽃들이 침묵해 이제 곧 그것이 또 올 거니까”

꽃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또 한 번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순간이 오고 있음을, 그래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다만 침묵. 그래서 조용해집니다.

“이미 흐려진 눈동자 거대해진 입술 사이로”

그들을 앗아가는 무언가의 모습입니다. 흐려진 눈은 선명하게 보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그 자리에는 욕망만이 점점 커져 입은 과장됩니다.

“한껏 탐욕을 보이며 등장하는 그것”

‘그것’의 정확한 정체는 무엇일까요? 무한한 욕망만을 앞세워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자세히 보니 모자에 있는 꽃을 보니 알겠어요”

모자에 있는 꽃과 침묵하는 꽃들은 같은 꽃들입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지요. 빼앗으러 온 존재입니다.

“오늘은 어느 꽃을 침묵시킬까요”

어떤 꽃이 사라지게 될까요? 꽃들은 두렵습니다.

그리고 이 폭력은 반복될 것입니다.

위협이 반복될 때 결국은 침묵을 택합니다. 두렵고 부당하지만 더 이상 외치지 않습니다. 그 존재가 무엇을 할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그저 일상이 되어버립니다.

작가의 이전글구름이 있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