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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연 Aug 09. 2023

사직서

길을 잃은 청년들

취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회사 혹은 기업과 같은 ‘조직’에서 임금을 받고 일을 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임금을 받고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에게 고용이 된다는 의미이다. 누군가에게 고용이 된다는 것은 해야 할 업무를 결정하는 것이 네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된다는 의미이다. 해야 할 업무를 결정할 권한이 너에게 없다는 것은, 가끔은 (혹은 자주) 네가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네가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한다는 것은 네가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네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은 네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네가 스트레스를 받으며 행복하지 않은 상태로 일을 한다는 것은 네가 조만간 혹은 이미 내면적으로 혹은 육체적으로 아플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네가 일을 하며 아프다는 것은 네가 그 일을 좋아하지 않거나 그 일이 너와는 맞지 않는 것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네가 그 일을 좋아하지 않거나 맞지 않는다는 것은 네가 직업을 바꿔야 할 시기가 왔다는 의미이다. 네가 직업을 바꿔야 할 시기가 왔다는 것은 네가 용기를 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 용기는 네가 태어나 처음으로 마주하는 성격의 용기일 테다.

 


















나는 용기를  준비가 되었는가?




몸에  맞는 멋들어진 정장, 번쩍이는 시계, 정성 들여 닦아 광나는 갈색 구두, 구두 안쪽에는 브랜드 이름이 아닌 나의 이니셜이. 하늘빛 줄무늬 넥타이는 약간 슬림하게.  맘먹고 지른 동그란 일제 안경, 그리고 여유 넘치는 표정은 적절한 MSG.

 

하지만 현실은, 면접만 오십 번째 보러 다니는 나이   백수. 겉모습이 나를 정의한다고 믿어왔지만, 살아오면서 모두가 항상 그렇게 조언해 주었지만, 개소리. 지금 나는,  필요 없고 그냥 나이만 먹어가는 백수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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